교통대책에 ‘새 역세권’ 된 의왕···안양 이어 집값 급행열차 탄다
정부 발표 이후 이틀 만에 최고가 대비 호가 2억원 이상 급등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의 교통대책 발표지역에 선정된 곳들이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이틀 전 신규 공공택지 지정과 함께 교통대책으로 의왕에 GTX-C 정차역을 추가한다고 밝히면서 해당일대의 호가가 순식간에 급등한 것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달 30일 총 14만 가구 규모의 신규공공택지 10곳을 추가로 발표한 곳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커 눈길을 끄는 곳은 의왕·군포·안산이다. 정부는 이곳에 약 4만1000가구를 공급하는데 대한 교통대책으로 GTX-C 의왕역 정차, BRT 노선 신설 등을 제시했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선 GTX-C 추가정차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지자체인 의왕시에서 국토부에 추가 정차역 설치를 제안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정부가 처음으로 의왕역 신설을 공식 자리에서 언급한 영향이다.
때문에 나와 있던 매물들은 정부의 발표 하루 만에 호가를 하나 둘 올리며 지난달 거래된 신고가보다 2억원 이상 높아졌다. 인근 신축 아파트인 의왕파크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말 9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발표 이틀만인 현재 호가가 최고 12억원까지 나왔다.
GTX 발 집값 급등 선례가 이미 있는 만큼 이는 단순히 호가가 아니라 실거래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GTX-C 시공 민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된 현대건설 컨소시엄 선정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국토부가 제안한 10개 정차역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인덕원역과 왕십리역이 추가 정거장으로 확정되자 두 지역의 집값이 급등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인덕원역 추가 정차가 사실상 확정된 6월 이후 누적 8.3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1월 9억원에 거래됐던 안양 동안구 관양동 인덕원마을삼성아파트 전용면적 84㎡는 국토부 발표 이후인 약 한달 뒤인 7월 13억30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른 바 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춘 단지도 있다. 준공 36년차이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삼동 우성 5·6차는 10년 보유 5년 실거주로 조합원의 매물에 한해 지위 양도가 가능한데, 그동안 나와있던 매물들이 정부의 발표 이후 잠겨버렸다. 전용 45㎡ 기준 4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는데, 업계에서는 지금 시장에 매물이 출현하면 종전최고가 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값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쯤 되자 전문가들은 공급방안과 교통대책이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공급 효과가 나겠지만, 단기적으론 인근 집값을 자극하는 형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정비사업 위주로 집값이 오른다면 수도권은 교통호재를 등에 업고 집값이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며 “공급포화로 인한 교통대책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높은 집값을 형성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