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원 때문에 집에서 돌보는데”···양육수당 어린이집 보육료 지급 ‘논란’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 어린이집 휴원···기간 길어지며 부모들 불만↑ “정부 지침 따라 등원 못 해, 양육수당 받아야”···정부는 문제 없단 입장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 지시로 못 가는 건데 내가 받을 양육 수당이 어린이집 보육료로 전환되는 건 부당하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A씨는 최근 한 달 반 가량 네 살배기 자녀와 24시간 함께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강화되면서 어린이집이 휴원했기 때문이다. 당초 2주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다시 문을 열 기미가 보이질 않자 고민이 늘었다.
A씨는 “같은 반 학생 7명 중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2명 정도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계속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며 “어린이집에서 가정돌봄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면 긴급 보육이 가능하다곤 하지만, 정부가 방역을 위해 휴원 조치한 상황에서 정부 방침에 따르는 것이 아이 안전을 위해 더 낫다고 생각해 (어린이집에) 보내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어린이집 휴원 상황이 길어지고 있지만 각 가정에 지급되는 양육 수당은 여전히 어린이집 보육료로 전환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조치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상황인 점을 봤을 때 불합리하단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문제될 사안이 아니란 입장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이날 현재 수도권에 내려진 거리두기 4단계가 다음달 5일까지 유지되는 가운데 정부는 추석 연휴가 임박한 점을 고려해 현 거리두기 단계를 한 달 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처음 격상된 지난달 12일 이후 어린이집 휴원 상황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가정에서 돌봄이 가능한 경우 어린이집 등원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휴원 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가정돌봄이 극도로 어려운 경우 어린이집에서 최소한의 긴급 보육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부모들은 자녀 안전을 생각해 등원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30대 주부 B씨는 “집에서 아이만 돌보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정부의 휴원 조치에 따르는 게 자녀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돌보고 있다”며 “다만 휴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하루 종일 자녀를 돌보는데 힘이 부치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정부가 각 가정에 지급하는 양육수당이 어린이집 보육료로 전환되는 형태로 납부된다. 정부의 방역조치로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지만 각 가정에 지급되는 양육수당의 어린이집 보육료 전환은 계속되고 있다. 이를 두고 영유아 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씨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부 정책으로 어린이집을 못 보내는 상황인데 보육료는 계속 나가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휴원이 길지 않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거의 두 달 가까이 어린이집 도움을 못받고 집에서 돌보고 있고 코로나 상황을 보면 최악의 경우 거리두기 4단계가 연말까지도 갈 것 같은데 그럼 그 때까지 애는 내가 돌보고 돈은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단 얘기인가”라고 말했다.
정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단 입장이다.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양육 수당이 보육료로 전환돼 지원하는 건 계속돼야 하고 양육수당을 받고 싶으면 퇴소 신청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입장에서 퇴소를 하지 않으면 어린이집은 다른 아동도 받지 못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육료도 어린이집이 받지 못하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양육 수당을 받고 싶으면 퇴소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유아 부모 입장에선 한 번 퇴소를 했다 다시 입소하려면 절차가 오래 걸리기에 쉽지 않은 선택지란 지적이 나온다. 한 영유아 부모는 “어린이집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건데 양육수당을 받고 싶으면 퇴소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어린이집 사정이 어려울 순 있지만 이치를 따져봤을 때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본다면 부모가 양육수당을 받는 게 맞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 운영 쪽도 봐줘야 할 면이 있다”며 “거리두기 4단계는 어린이집이 원하지 않은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휴원했다고 양육수당을 어린이집 보육료로 지급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교사들을 해고하란 얘기와 다를 바 없기에 어린이집에서도 얘기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