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 대형증권사 IPO 쏠림에도 스팩상장 입지 ‘탄탄’
17번째 스팩 상장하며 경쟁력 과시···합병실패로 상장폐지된 스팩 '2개' 불과 유망 중소기업과 장기적 신뢰 구축···스팩상장시 IPO+합병수수료 별도수취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IPO시장에서 대형증권사로의 쏠림 현상이 한층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IBK투자증권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으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증시에 스팩을 상장한 경험도 많고 합병실패로 상장폐지된 스팩 수도 적다. 스팩 시장에서는 타 증권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 17번째 스팩 상장···합병실패는 단 2개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의 17번째 스팩인 ‘IBKS스팩16호’는 다음달 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앞서 IBKS스팩16호의 지난 19~20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1103.16대 1의 경쟁률로 스팩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24~25일 공모청약에서도 388.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IBKS스팩16호가 상장하게 되면 IBK투자증권이 보유 중인 미합병 상장스팩은 IBKS제12호스팩, IBKS제13호스팩와 더불어 3개로 늘어난다.
3개 스팩은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등기를 완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하지만 IBK투자증권이 스팩합병에 실패할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2010년 국내에 스팩제도가 도입된 이후 IBK투자증권은 이날까지 IBKS스팩1~15호와 IBKS지엠비스팩 등 16개 스팩을 상장했는데 이 가운데 상장폐지된 것은 IBKS스팩1호와 IBKS제7호스팩 등 단 2개에 불과하다.
2010년 12월 상장한 IBKS스팩1호는 2011년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마이크로프랜드와의 합병을 결정했다가 그해 하반기 마이크로프랜드 실적부진으로 합병비율에 이견이 생기면서 합병이 철회됐고 2013년 7월 상장폐지됐다. IBKS제7호스팩은 2017년 11월 상장했고 2019년 1월 플랜트 건설업체인 코넥스 상장사 엔에스컴퍼니와 합병을 추진했으나 결국 합병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6월 상장폐지됐다.
두 스팩을 제외하면 IBK투자증권의 스팩합병 기록은 화려하다. 지엘팜텍, 케이엠제약, 솔트웍스, 세화피앤씨, 자비스, 이랜시스, 인산가, 알로이스, 더블유에스아이, 비울, 에스에이티이엔지 등이 스팩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하인크코리아가 한국거래소로부터 합병 심사를 받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스팩합병 성공률은 다른 대형 증권사보다도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스팩제도 도입이후 IBK투자증권만큼 스팩 상장을 많이 한 증권사로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꼽힌다.
NH투자증권 전신이었던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을 합쳐 지금까지 총 19개 스팩을 상장시켰는데 이 가운데 4개가 상장폐지됐다. KB증권은 전신인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모두 합쳐 20개 스팩을 상장시켰는데 이 가운데 4개가 상장폐지 됐다. KB증권은 2019년 말 상장한 소프트캠프 이후 스팩합병 상장이 2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통상 스팩합병이 무산되면 해당 스팩은 상장폐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IBK투자증권은 합병이 철회되더라도 새로운 합병대상 기업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
IBKS제2호스팩은 2015년 비엔디생활건강과 합병이 무산됐지만 이후 지엘팜텍과 합병에 성공했고 IBKS제3호스팩은 유라클, 영구크린 등 합병무산을 두 번이나 겪었음에도 결국 케이엠제약과 합병에 성공했다. IBKS제6호스팩 역시 씨엔아이와 합병이 무산된 이후 이랜시스와 합병했다. 지난해 IBK투자증권은 보안업체 엑스게이트 상장을 위해 한 달 사이에 IBKS제12호스팩과 IBKS제14호스팩 합병을 번갈아 추진하기도 했다.
◇ 중소기업 스팩상장 특화···단계별 동반 성장
IBK투자증권은 우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과 기업금융주선, 코넥스 상장과 코스닥 이전상장까지 성장단계별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신뢰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전략은 IBK투자증권이 2016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소기업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이후 한층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IBK투자증권은 거래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성장하면 직상장보다는 스팩합병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직상장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자금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반응에 따라 기대했던 공모자금을 모으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반면 스팩은 공모자금이 사실상 미리 정해져 있기에 공모 흥행에 대한 시장 반응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IBK투자증권으로서는 직상장이나 이전상장을 주관하는 것보다 스팩과 합병상장이 수수료 수입 측면에서도 더 나은 편이다.
통상 스팩상장시 증권사는 IPO 수수료의 50%가량을 선취할 수 있고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하면 기업 상장시 상당한 투자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스팩 상장이 인수합병에 해당하는 만큼 상장 수수료와 별도의 합병자문 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
IBKS제14호스팩의 경우 상장 지난해 6월 상장 당시 주당 2000원식 총 4백만주를 발행해 공모자금 80억원을 모았다. 당시 IBK투자증권은 IPO수수료 3억원 가운데 절반인 1억5000만원을 상장하면서 받았는데 IBKS제14호스팩과 에스에이티이엔지가 11월18일 합병상장을 마치면 IBK투자증권은 나머지 IPO수수료 1억5000만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여기에 합병자문 수수료로 3억원을 별도로 받는다.
결국 80억원 공모에 6억원을 IPO수수료로 받는 셈인데 일반적인 기업 직상장과 비교하면 공모자금 대비 수수료율이 3~5배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