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내전 가능성 낮아···양국 경제 협력 가치 주목해야” 

탈레반, 우리 정부와 경제 협력 희망···국제 사회 우려 해소 전 접촉은 위험 “아프간 내 광물자원 가치 주목 필요”···“문화적 공감, 전략적 가치 주목해야”

2021-08-26     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우리 정부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탈레반을 믿기 어렵지만, 이들이 테러나 인권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털어낸다면 정치적, 문화적 관계를 봤을 때 협력을 강화할만한 가치가 있단 조언이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탈레반은 최근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지도자, 경영인과 만나길 원하며 경제적, 인적 교류를 강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섣불리 탈레반과 접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탈레반이 테러나 인권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떨쳐낸 이후 접촉해도 늦지 않단 분석이다.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 팀장은 “당장 우리 정부가 탈레반과 경제 교류를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탈레반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테러와 인권, 마약 등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테러의 집결지이자 테러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다. 또한, 여성 등 인권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적인 아편생산지이다 보니 탈레반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마약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 탈레반을 승인할 국가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탈레반과 경제 교류를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란 지적이다.

이웅현 고려대 융합연구원 교수는 “당장 아프간과 경제 교류를 할 순 없을 것”이라며 “경제 교류를 하기 전 탈레반 정부가 국제 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후에 우리정부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상황이 안정돼야 경제 협력을 거론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수도 카불 북부엔 저항세력이 존재하지만, 아프간이 내전 상태에 돌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단 분석이다. 현재 저항세력의 주류는 타지크인이다. 전통적으로 중앙 정권은 파슈툰족이 장악해 왔고 북부 세력과는 대립적 관계였지만 과거 탈레반 집권기에도 현실적으로 북부지역을 완전히 진압하긴 어려워 공존하는 상태로 뒀다.

이 교수는 “지금도 탈레반이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려 하진 않을 것”이라며 “북부 세력의 경우 외부 세력과 연결돼 있지 않아 무기나 자금 면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언급, 탈레반이나 반 탈레반 세력 모두 또 다시 내전을 치를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프간의 지정학적 가치는 분명히 있고 경제 협력의 여지도 있어 교류협력 강화는 국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단 분석이다.

탈레반이 아프간 카불을 장악하기 직전까지 우리나라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나 지방 재건팀에서 복구 작업이나 사업을 하고 있었다. 아프간 상황이 안정되면 이 부분부터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어떤 상태에서 기존 사업이 중단됐는지 파악하고 이것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부터 협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아프간 자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단 조언이다. 미국 지질 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아프간에 매장된 아직 탐사되지 않은 광물 자원의 가치는 약 1조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2012년 주미 아프간 대사관 자료에선 매장 가치가 3조달러로 제시되기도 했다. 

특히 아프간에 반도체 필수 원료인 희토류와 전기차 발전으로 주목받는 리튬이 다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프간은 1970년대 이후 현대적 방식으로 광물 자원을 개발하거나 탐사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팀장은 “아프간이 실제 석유, 희토류와 리튬 등 광물이 풍부하긴 하다”며 “중국도 희토류를 보고 탈레반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말이 나오는데 개발 여건은 취약하다. 우리가 당장 직접적으로 아프간과 경제협력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어내는 게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경제교류를 할 때 수출입 등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국가하고만 교류할 순 없단 조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아프간과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었다. 국제기구를 통한 공적개발원조(ODA) 이상의 특별한 게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경제 교류를 통해 국가 간 정치적, 문화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시각을 갖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기에 그 이익이란 것은 경제적 수치만 따져 생각할 순 없단 것이다.

이 교수는 “아프간이 정정불안으로 우리와 교류가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수도 카불에서는 해신과 주몽 등 우리나라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며 “이를 봤을 때 양국은 정서상 문화적 교류를 할 위치에 있고 아프간이 경제적으로 척박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이지만 역사적으로 동서 교류의 가교 지역이었기에 단순 경제적 수치만 따지기 보단 교류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미국의 아프간 침공 전 카스피해나 러시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아프간을 통해 인도양으로 연결하는 얘기가 있었다”며 “이게 실현된다면 아프간의 전략적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대외 경제 관계에 있어 의존도가 미미한 나라라 하더라도 그것이 꼭 필요하다면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단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