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품은 11번가가 이커머스로 살아남는 법
11번가, 이달 말부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 시작 SKT 구독 상품과 연계···얼마나 충성고객 확보할지가 관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이커머스 4위 11번가의 ‘합종연횡’이 본격 시작됐다. 지난해 글로벌 이커머스 1위 아마존과 손잡으며 주목을 받았던 11번가는 하반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론칭하며 반격에 나섰다. 11번가의 최종 목표는 기업공개(IPO)인 만큼, 소비자 편의성을 높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총력할 방침이다.
25일 11번가는 오는 31일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직구 서비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Amazon Global Store)를 오픈한다고 밝혔다. 11번가는 수천만 개 이상의 아마존 미국 판매 상품을 11번가 앱과 웹사이트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인기 해외 상품과 차별화한 무료배송 혜택, 고객 편의성을 증대한 것이 특징이다.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상품규모와 편의성에 집중했다. 디지털·패션·뷰티·리빙·도서까지 국내 해외직구족 취향을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위주로 구성했다. 또 아마존 쇼핑을 처음 경험하는 고객들도 쉽게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아마존 핫딜 상품과 인기 구매 상품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가격도 아마존 미국 가격기반으로 환율을 반영해 원화로 노출시킬 계획이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아마존만의 특별한 상품과 혜택, 편리한 쇼핑경험을 11번가 고객들에게 제공하게 됐다”며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국내 해외직구 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소마나 콘간다 아마존 글로벌 전무는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상품을 한국 고객에게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11번가는 아마존의 ‘고객제일주의’를 공유하고 있어 향후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고객가치를 높이며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11번가에게 거래액 증대는 필연적이다. 11번가는 2023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장을 위해 11번가는 거래액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지분 투자 및 공동사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리는 이유다.
다만 11번가와 아마존의 결합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얼마나 승산 있을지 미지수다. 11번가는 해외직구의 걸림돌로 꼽혔던 배송비 부담을 없앴다. SK텔레콤이 새롭게 선보이는 구독 상품 ‘우주패스’(월 4900원)부터 가입 프로모션으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구매 금액과 관계없이 상품 단 1개를 구입할 때도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한다. 우주패스 회원이 아니여도 11번가 회원이면 2만8000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17년부터 해외직구 시장에 뛰어든 쿠팡은 유료멤버십 로켓와우 회원 대상으로 무료배송, 무료반품을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로켓와우 회원가는 2900원으로 11번가보다 저렴하다. 쿠팡은 미국 쿠팡본사 물류센터에서 직매입 형태로, 현지에서 빠른 이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천공항 도착 기준 2~3일이면 구매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SK텔레콤 구독서비스와 연계한 아마존 직구 상품의 반응을 얼마나 일으키냐에 따라 이커머스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와 아마존간의 시너지가 관건”이라며 “아마존 외에도 해외직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서 11번가가 얼마나 충성고객을 확보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이커머스는 네이버·쿠팡·이베이+SSG닷컴으로 형성돼 있는데, 11번가가 아마존과 협업해도 이커머스는 3강+알파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11번가의 한계는 아마존 직구를 편리하게 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11번가가 당분간 매출을 증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네이버, 쿠팡 등이 충성고객을 대거 확보한 상태라 11번가가 그 틈을 파고들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