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사면·가석방]② 광폭행보 SK 최태원과 무보수 최재원···삼성 이재용은?
최태원·최재원 특가경법상 횡령 등으로 각각 징역 4년·3년 6개월 선고받아 최태원 회장 2015년 광복절 특사 받은 후 현장경영 이어가다 등기이사 복귀 가석방만 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 오는 10월에나 취업제한 풀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형제가 나란히 사면 및 가석방을 받았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특사를 받았고 동생인 최 부회장은 이듬해 7월 가석방됐다. 두 사람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횡령죄를 적용 받아 취업제한에 걸리게 됐지만 이후 행보는 서로 달랐다.
두 사람은 같은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08년 김원홍씨(전 SK해운 고문)의 투자권유로 최 부회장은 그에 대한 투자위탁금 마련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SK계열사 자금을 펀드 창업투자사 베넥스자산운용에 출자금 선지급금 형태로 빼돌려 투자하게 한 뒤, 이 투자사가 김씨에게 송금하게 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정상적 기업활동을 통해 이윤추구를 하려 하기보다 김씨 말을 믿고 계열사 자금을 유출해 범죄에 나섰다는 점 등이 죄질이 안 좋다고 판단해 실형을 내렸다. 최 회장은 징역 4년, 최 부회장은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 받았다.
옥살이를 이어오던 최 회장은 이후 2015년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김승연 한화 회장도 함께 사면될지 관심을 모았으나 최 회장만 사면됐다. 사실상 당시 유일하게 사면 받은 재계 총수였다. 이후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사면과 관련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지만 무혐의를 인정받았다.
최 회장은 출소 첫날부터 서린동 SK사옥에 출근하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광복절 이틀 후인 그해 8월 17일 확대 경영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SK하이닉스 46조원 투자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경영현장을 누비며 바삐 움직였다. 출소한 지 12일 만에 중국 SK하이닉스 공장으로 출장길에 나서기도 했다.
이듬해 2월 SK㈜ 이사회에서 최태원 회장은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다만 대법원 형 확정 이후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던 SK이노베이션으로의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광폭 경영행보에서 등기이사 복귀로 이어지는 최 회장의 행보는 총수 사면이 갖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함께 구속됐던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행보는 사뭇 달랐다. 최 부회장은 당시 광복절 사면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이듬해 7월 가석방 대상에 포함돼 3년 3개월 복역 후 세상으로 나왔지만, 곧바로 본격 경영복귀에 나서진 못했다. 가석방은 특별사면 복권과 달라 취업제한 규칙 등은 여전히 유지된다. 일각에선 최 부회장에게 추가로 복권조치가 내려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기도 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았다.
최 부회장의 취업제한 규칙은 오는 10월에 풀린다. 2016년 7월 출소했지만 취업제한 규칙은 만기출소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2021년 10월까지 적용된다.
취업제한이 아예 경제활동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기에 최 부회장은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출근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여전히 등기이사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등 제약이 많다. 최 부회장은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가석방 이후 보수를 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사례는 특별사면과 가석방이 기업인 활동 및 지위에 주는 영향을 대조적으로 잘 보여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특별사면이 아닌 가석방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면복권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 부회장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원래부터 미등기이사이고 무보수 경영을 이어왔기에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본인이 사실상 삼성전자의 총수라는 점,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는 점, 백신 확보 등과 관련한 기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석방 상태라고 해도 마냥 소극적 경영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현 정부가 경제기여를 위해 풀어줄 심산이었다면 가석방이 아닌 사면을 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 같은 점에 기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