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책에도 답없는 가계대출 증가세···‘생계형 대출자’ 위기감 고조

7월 말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 역대 최대치 전 금융권 가계대출 15.2조원 증가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 80% 넘어···금리 인상시 타격 불가피

2021-08-12     김희진 기자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규제에 힘쓰고 있지만 증가세가 좀처럼 꺽이지 않는다. 하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면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 생계형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40조1965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7320억원 증가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는 7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가계대출은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7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15조2000억원 증가했다. 전월(10조3000억원) 대비 확대된 증가폭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을 겨냥해 대출 규제책을 펼쳐왔다. 이에 자금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자 최근 저축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당부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취약차주들의 ‘이자 폭탄’ 위험이 커졌다. 가계대출이 크게 불어난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까지 유력시되면서다. 실제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달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경기 개선, 주택시장과 연계된 금융 불균형 우려를 고려해 오는 8월 2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8월 중 코로나 재확산세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경우 인상 시기가 10월 또는 11월로 늦춰질 수도 있지만 연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늘게 된다.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1.5%로 지난 5월(78%) 대비 3.5%포인트 늘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신규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금리가 인상될 경우 대부분 차주들의 부채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급속하게 늘어난 대출의 상당 부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생계형 대출 수요인 만큼 금융당국이 획일적인 규제책을 펼치기보단 차주에 따른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단 시각이 제기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 건전성 규제가 필요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일괄적이고 획일적인 가계대출 규제는 취약계층에게 큰 타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라는 건 경기가 좋을 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매우 악화된 상황이라 규제를 하더라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인플레이션 조짐은 경기 호황일 때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저소득층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해 규제 적용을 잘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