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3억으로 30억짜리 내집마련’ 디에이치자이 개포로 광고효과 톡톡
지난해 DL이앤씨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사상초유 청약대란 재현 예상 고급단지 홍보 성공, 가장 수혜보는 건 당첨자 아닌 현대건설 분석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이달 초 3기신도시 사전청약으로 후끈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을 집어삼킨 최대 이슈는 현대건설 디에이치자이 개포다. 현대건설은 입주를 시작한 이 신축 단지에서 청약 부적격으로 남은 잔여물량을 이른바 줍줍으로 푸는데, 예비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당첨되는 순간 시세차익이 15억원은 남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3억원 남짓한 계약금만으로 실거래가 30억원을 찍은 강남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라 청약수요가 대거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이번 청약으로 디에이치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 에이치자이 개포 5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청약 물량은 ▲전용면적 84㎡B 1가구 ▲전용면적 118㎡A 4가구다. 분양가는 최초 공급 당시와 같다. 84㎡B 14억 1760만원, 118㎡A 18억 8780만원이었는데 여기에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등 옵션비용과 취득세를 고려하면 84㎡B는 15억원, 118㎡A는 20억원가량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금 20%는 오는 26일 계약 체결일에 내야하며, 약 3억원 가량이다. 잔금 80%는 10월 말까지 마련해야 하는데 전세세입자를 구하면 보증금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한 수준이다.
이 단지는 과거 개포주공8단지를 철거하고 지어졌다. 오래된 아파트를 부수고 새 집을 지어 재건축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현대건설이 개포8단지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1조원도 훌쩍 넘긴 금액을 주고 사들인 자체 개발사업장이다. 다시 말해 조합이 보유한 보류지라면 시세에 걸맞은 30억원대에 매물을 올려 팔 수도 있겠지만 청약 부적격으로 남은 세대여서 현대건설은 과거 2018년 5월 분양당시의 분양가와 같은 값에 매물을 내놓게 됐다.
이 단지 전용 84㎡가 30억원에 실거래 된 사례에 비추어보면 시세차익은 정확히 15억원이 된다. 반대로 말하면 현대건설로서도 한 채당 15억원씩 총 75억원의 수익을 더 남길 수 있음에도 과거 공급가 그대로 분양하는 것은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단지는 준공 전까지만 해도 높은 용적률 탓에 닭장아파트라는 오명을 썼지만 준공 후에는 강남 라이프 스타일 랜드마크라는 콘셉트 적용 및 마감재 고급화 등으로 강남권 내 디에이치의 존재감 부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입주민을 위한 펜싱, 발레, 스피닝, 필라테스 등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강습받을 수 있는가 하면 식사서비스도 가능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청약수요자들이 대거 모여 세간의 화제였던 아크로서울포레스트와 같은 형태로 보면 된다”라며 “분양가 산정을 어떻게 해야할 지 국토부에 문의도 해봤지만 회신이 오지 않았고, 굳이 시세대로 높여 공급하는 것도 적당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이전 분양가로 공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DL이앤씨(구 대림건설)가 공급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줍줍은 26만명이 몰렸고 청약경쟁률 8만8000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앞서 대림산업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청약대란으로 자사 홍보효과는 물론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굳혔다. 그 덕에 올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꼬지를 선점하고 실제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액 1위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역시 이와 같은 홍보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남의 희소성있는 신축 아파트이기 때문에 미계약분 해소는 애초에 현대건설에게는 고민거리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번 청약으로 소비자에게 현대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가 강력하게 각인되면서 최대 수혜자는 청약 당첨자가 아니라 현대건설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