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폐지 1년 다 돼가는데 통신료 인하효과 체감 어려워”
이통3사, 온라인요금제 출시했지만 데이터 구간 양극화 여전 “통신사 경쟁 의지 믿을 수 없어”···‘보편요금제’ 도입 주장도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이동통신 요금 ‘유보신고제’가 도입된 후 10개월이 지났지만 시행 효과가 거의 없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개월 동안 가격을 낮춰 신규로 출시한 요금제가 소비자 접근성이 낮은 온라인요금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이 역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중간 데이터' 요금제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유보신고제는 요금인가제를 대신한 제대로 시장경쟁 촉진을 통한 요금 인하 목적으로 시행됐다.
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이통사들은 통신비 인하에 소극적이다. 경쟁을 통해 통신료를 인하하겠단 정부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유보신고제란 지난해 12월 통신 요금인가제를 대신해 신설한 제도다. 기존 요금인가제는 무선분야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 유선분야 KT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 가격을 인상할 때 과기정통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담합의 원인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요금인가제 폐해가 지적되면서 지난 20대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했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이통사들은 유보신고제가 시장경쟁을 촉진해 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보신고제 시행 후 SK텔레콤은 이통 3사 중 가장 먼저 5G 전용 온라인요금제를 선보였다. ▲월 6만2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5G언택트62’ ▲월 5만2000원에 데이터 200GB(소진 시 5Mbps)를 기본 제공하는 ‘5G언택트52’ ▲월 3만8000원에 데이터 9GB(소진 시 1Mbps)를 기본 제공하는 ‘5G언택트38’ 등이다.
이어 LG유플러스는 ▲월 6만5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5G 다이렉트 65’ ▲월 5만1000원에 데이터 150GB(소진 시 5Mbps)를 제공하는 ‘5G 다이렉트 51’ ▲월 3만7500원에 데이터 12GB(소진 시 1Mbps)를 제공하는 ‘5G 다이렉트 37.5’ 등 3종을 온라인요금제로 선보였다.
또 KT는 월 5만5000원에 기본 데이터 200GB(소진 시 5Mbps)를 제공하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 ‘5G Y무약정 플랜’을 출시했다.
이통사들이 연이어 신규 요금제를 내놨지만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실제 요금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이통사 온라인요금제는 요금제 특성상 가입 대상이 젊은 층에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20~4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 없이 데이터 제공량 구간의 양극화만 심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5G 가입자 1인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GB를 웃돌지만, 이통사들은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적합한 요금제 출시 요구를 외면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가제 폐지 및 신고제 도입으로 이통사의 요금경쟁을 촉진해 통신비를 내리겠단 취지 자체는 좋지만, 실제 효과가 작단 것은 결국 이통사들이 소비자를 기만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개 기업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격대를 설정하는데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인 설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100GB 요금을 받겠다고 가격대를 설정한 것이겠지만 실질적으로 100GB는커녕 50GB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 팀장은 “요금인가제 폐지 후 나온 게 온라인요금제 정도인데, 그것도 사실 요금이나 데이터 제공량, 가입방식 등 3사가 비슷하다”며 “또 여전히 저가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고가 요금제에 비해 적다 보니 대다수 5G 가입자들이 이용하기 어렵다. 몇만원만 더 내면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5G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5GB를 훌쩍 넘은 상황에서 10GB 데이터 제공 요금제로는 택도 없다”며 “데이터 제공량을 (상향해) 위 구간과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통사들의 요금 인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보편요금제를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서비스에 대한 적정요금을 설정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이를 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 팀장은 “보편요금제를 도입해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지 않으면 이통사들이 경쟁을 통해 요금제를 내놓을 것 같지 않다”며 “통신서비스는 기간 통신서비스고 주파수라는 공공자산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공공 서비스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저렴하게 쓸 수 있는 보편요금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서비스 요금 경쟁상황에 대한 시범 조사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