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지방은행, 대환대출 플랫폼 두고 ‘온도차’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 오는 10월 출범 예정 시중은행 “중개수수료 부담···향후 빅테크 종속 우려” 지방은행 “고객 접점 넓힐 수 있는 기회”

2021-08-02     김희진 기자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에 따른 변화/자료=금융위원회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오는 10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플랫폼’을 두고 같은 은행업권 내 각기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은 빅테크가 주도하는 플랫폼 참여가 달갑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지방은행들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내비치면서 온도차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BNK부산·경남은행, JB전북은행·광주은행, DGB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오는 10월 출범 예정인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플랫폼 참여에 반기를 든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이란 시중은행을 비롯해 카드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의 모든 대출 상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번에 비교해 손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대출 승인 요건 및 금리, 한도 등을 소비자가 일일이 금융사별로 확인해야 한다.

같은 은행업권임에도 이처럼 대환대출 플랫폼을 두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플랫폼 참여를 통해 얻는 득실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다른 금융권에 비해 가계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집토끼’를 빼앗기는 입장이라 이런 금리 경쟁이 달갑지 않다.

또한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이 핀테크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시중은행들은 핀테크사에 지불해야 하는 중개수수료 부담과 함께 나아가 빅테크사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의사를 밝힌 핀테크사는 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토스)·NHN페이코·뱅크샐러드·핀크·핀다·SK플래닛·마이뱅크·핀셋N·핀테크·팀윙크·핀마트 등 12곳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핀테크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중개 수수료가 부담이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은행이 금융상품을 만들고 판매는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모델이 만들어질 수도 있어 빅테크 종속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로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구축되면 지방은행은 지역 거점 영업의 한계를 벗어나 비대면 영업을 통해 가계대출을 더 확대할 수 있다. 지방은행에게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소비자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지방은행들은 핀테크 기업들의 대출금리 비교 플랫폼과 제휴를 맺는 등 빅테크와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BNK부산은행·경남은행은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과 제휴를 맺고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 중이다. DGB대구은행도 금융 플랫폼 핀다에서 ‘IM직장인간편신용대출’과 ‘DGB쓰담쓰담간편대출’ 상품을 출시했고 토스와 카카오페이, 핀크 등과도 제휴를 맺었다. 전북은행 역시 토스, 카카오페이 등 주요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가 전 금융권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핀테크사와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고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 자체 플랫폼을 통한 상품 판매도 진행 중이지만 이미 갖춰진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해 상품을 공급하면 고객 접근성을 더 높일 수 있고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