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요금제 6개월 유지 권하는 이통사···‘공짜폰’ 눈속임
99만9000원 갤S21이 10만원···일부 성지 매장선 ‘0원’ 판매도 기기값은 낮아지지만 불필요한 고가 요금제 납부액 따지면 ‘눈속임’ 유통업계, 이통사 ‘차감·환수 정책’ 영향···고가 요금제 유지 강권, 단통법 위반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9만원 요금제 6개월 쓰시면 갤럭시S21 10만원에 드려요."
이동통신사 일부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 ‘고가 요금제 6개월 유지’ 조건으로 불법보조금을 지급해 휴대폰을 판매하는 영업방식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시 단말기 원금이 낮아져 언뜻 저렴해 보이지만 고가 요금제 유지 금액을 따져보면 ‘눈속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특히 정보력이 높은 일부 소비자를 제외하곤 ‘호갱’을 만들어낼 우려가 크다. 유통업계는 가입자가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요금제를 변경할 경우 판매장려금을 차감·환수하는 이통사의 정책 탓에 고가 요금제 유지를 강권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2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일부 대리점 및 판매점에선 소비자들에게 고가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하는 조건으로 불법보조금을 지급해 휴대폰을 판매하는 영업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통사 홈페이지 등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KT 가입자가 갤럭시S21로 기기를 변경하면서 ‘5G 슈퍼플랜 베이직 요금제(월 9만원)에 가입하면 공시지원금 4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유통점에 따라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제공되는 추가지원금을 받으면 6만7500원을 더 지원 받아 48만2400원에 갤S21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체는 약 45만원의 추가지원금을 주며 10만원대에 판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 9만원의 고가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하는 조건이다. 이 경우 38만원 이상이 불법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셈이다.
이같은 추가지원금의 재원은 이통사가 대리점을 통해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다. 이통사들은 저가 요금제 대비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한 유통망에 더 많은 판매장려금을 지급한다. 다만 가입자가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하는 조건이다.
한 KT 가입자는 “평소 데이터를 많이 쓰지 않아 데이터를 무제한 기본 제공하는 9만원 요금제까진 필요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판매점에서 가입 당시 요금제를 6개월 유지한 뒤에 다른 요금제로 변경해준다고 해 가입한 뒤 잊고 지냈는데 별다른 안내를 해주지 않아 9만원 요금제를 8개월이나 썼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불법보조금을 많이 제공하는 이른바 ’성지(이통사 판매정책에 따라 휴대폰을 싸게 파는 일부 매장)’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공유되는 탓에 ‘호갱’을 만들어낼 우려도 있다. 같은 휴대폰을 사더라도 어떤 곳에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고가 요금제를 일정 기간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영업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입자가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요금제를 변경할 경우 유통망에 지급했던 판매장려금을 차감·환수하는 이통사의 정책의 영향이 크다.
이는 사실상 이통사가 고가 요금제의 일정 기간 유지를 유도하는 것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단통법 제5조에 따르면 이통사,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용자와의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약관과 별도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특정 요금제, 부가서비스 등의 일정 기간 사용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시 위약금을 부과하는 등 서비스 가입, 이용 또는 해지를 거부·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별계약을 체결해선 안 되며(1항), 이를 위반한 개별계약은 무효가 된다(2항).
지난 2019년 이통 3사는 이같은 단통법 위반을 이유로 정부로부터 행정제재를 받은 바 있음에도 고가 요금제 강권하는 영업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도 현장에선 차감·환수 정책이 여전하다”며 “이통사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 유치를 하면 장려금을 추가로 준다고 하는데, 추가 지급은 결과적으로 낮은 요금제에 대한 지원금 환수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가 요금제를 강매하는 대리점 및 판매점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영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통신사도 문제가 있다”며 “본사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고가 요금제로 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