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 “2026년까지 매출 60% 확대···투자 4~5배 늘릴 것”

매출 3.6조원·투자 1.5조원 목표 “2천명 인력 추가 필요···올해 500명 채용” 차량용 SW 성장동력으로 육성

2021-07-28     이하은 기자
사진=현대오토에버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현대오토에버가 미래 자동차 핵심을 소프트웨어로 꼽고 이 분야 매출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전 차량에 적용하고 클라우드와 연동한다. 더 나아가 도심항공교통(UAM)·로봇 등 차세대 모빌리티에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오토에버는 28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현대엠엔소프트과 현대오트론를 지난 4월 합병한 이후 처음으로 중장기 미래 전략이 담긴 청사진을 제시했다.

매출 목표는 오는 2026년까지 3조6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매출액 대비 총 투자 비율을 2020년 1%에서 2026년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는 “매출은 60%, 투자는 4~5배 늘어나는 셈”이라며 “현재 메뉴판에 올린 먹거리를 커버하는데만 2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올해 500명을 우선 채용해 이들이 주력 인력으로 성장토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 차량 SW…2024년까지 전 차종에 적용

최우선 미래전략은 차량용 소프트웨어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빌진 클래식(mobilgene Classic)’과 ‘모빌진 어댑티브(mobilgene Adaptive)’ 개발에 나선다. 이는 각각 차량 제어의 기본 프로세서인 MCU(Micro Controller Unit)와 고성능 반도체 AP(Application Processor)에 적용되는 운영체제다. 

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확대와 통합 개발환경 플랫폼 구축, 클라우드 기반 차량 연동 서비스 등을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오토에버는 모빌진을 국내 주요 부품업체에 제공할 예정이다. 모빌진은 현재 현대·기아차 10% 정도에 적용되고 있다. 2024년까지 전 차종으로 대상을 확대·적용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올해 전동화 파워트레인, 샤시, 공조장치 등 제어기에도 모빌진이 들어간다. 더 많은 제어기에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적용된다면 자율주행, 모빌리티, 커머스, 인포테인먼트 등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 소프트웨어 육성을 첫 번째 전략을 꼽은 이유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는 추세에 따라 차량 내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부품사가 제어기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통합된 상태로 완성차에 공급해왔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됨에 따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 대표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규모가 확대되고 복잡해지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또 자율주행, 개인화 서비스 등의 확대로 고도화된 연산처리가 요구된다”며 “고도화된 차량 내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율주행을 위한 클라우드 사업도 추진한다. 개인의 성향에 맞게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도입해 클라우드 기반의 차량 연동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별로 운전 중 가속과 정지 순서와 패턴 등을 분석해 보조하는 식이다.

현대오토에버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차량 내 시스템의 연산 부하를 줄이기 위한 ‘제어 협력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클라우드 내 제어 데이터를 수집·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도 구축할 계획이다. 커넥티드 차량의 수가 2025년 3000만대 증가하면서 클라우드에서의 처리할 데이터의 양은  약 10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클라우드를 강화해 이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카 클라우드는 수천만 대 차량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머신러닝하는 역할을 하게 되며 중요성이 폭증할 것”이라며 “광주데이터센터에 여유 공간이 있어서 지금보다 3~4배의 설비 수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 소프트웨어 사업을 성장 드라이브로 꼽았다. 서 대표는 “판매 차량 수가 국내에서 700만대, 전 세계에서 8000만대가 넘는다”며 “차 안에 들어가는 차량 소프트웨어가 전체 매출의 25% 이상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점차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중장기 계획을 설명했다. / 사진=현대오토에버

◇ UAM·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로 영역 확장

새로운 사업 분야인 UAM과 로봇 등 차량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눈에 띈다. 현대오토에버는 로봇 운영을 돕는 통합 관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UAM과 로봇들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무선업데이트(OTA)를 적용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9년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 전략’을 세우고, 올해를 실행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현대오토에버의 기술력이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협력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스타트업으로 설립된 로봇연구소이자 제조업체로 로봇 개 ‘스폿’을 만든 업체다.

서 대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의 협의는 이제 막 시작됐다”며 “로봇의 경우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후 추적관리, 상황파악 등을 해야 로봇의 상품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능은 순수하게 IT 영역이다. 현대오토에버의 차량 관제시스템인 FMS(Fleet Management System)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우리가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놓고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