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 많은데 세수도 감소···“증세 시점 단축, 기업 살아나면 세수 늘 수도” 

올해 세법 개정안 공개···5년간 1조5000억여원 세수 감소 예상 세입 확충 노력 미흡 지적···“대기업 혜택 집중이라 보기 어려워”

2021-07-27     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정부가 2차추가경정예산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올해 세법개정안으로 1조5000억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년간 국가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향후 인구 절벽까지 예측돼 장기적으로 증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감세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이 살아나면 세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전날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을 시행하면 2026년까지 5년간 세수가 총 1조505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1조3064억원, 소득세가 3318억원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73억원, 기타 세수는 1259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재정운용에 있어 세입 확충은 향후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고려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시행돼 온 조세 감면 항목 상당수가 그대로 연장되고 아주 일부만 폐지된 점을 근거라는 설명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입 확충의 1단계가 불요불급한 조세 지출(감면)을 먼저 줄인다는 것인데 이번에 그런 노력은 들어가지 못했다”며 “이번에 감세 기조로 돌아간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세법 개정안도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세입 확충은 경기회복이 완료되거나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세법개정 때나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교수는 “세입 확충 정책을 하기 어려우면서도 과감한 지원 또한 못하는 상황”이라며 “재정 여건을 감안해 아주 미약한 지원 확대에 머무른 애매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재정으로 현금을 많이 풀은 걸 세입으로 메꿔야 하는 입장이라 세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국가전략기술산업 분야 세수 감소 비율이 높은데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한 5년간 세수 감소 분 1조5050억원 중 국가전략기술산업이 77%인 1조1000억원”이라며 “우리나라가 선두그룹에 있는 반도체의 경우 미국은 그동안 기술은 갖고 있어도 외국에 생산기지를 두는 걸 용인해 왔는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입공제를 40% 해주기로 하는 등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우리나라가 반도체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미국이 선제적으로 했던 감세 혜택을 따라가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 35.9%에서 올해 47.2%로 급증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향후 복지 비용 등 재정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국가채무비율이 급증하는 건 부담인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기존의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지만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로인해 이번 세법개정안이 증세 부담을 뒤로 미룬 결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강조되면서 재정 투입이 많아지면서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에 재정 보충, 부채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고 재정 팽창이 없었더라도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재정이 점점 더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증세는 불가피한데 시점이 팬데믹 재정 투입으로 상당히 앞당겨졌다”며 “중장기적이 아니라 이제 중단기적인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정부 초기는 국민의 부담을 너무 크게 하지 않으면서 전 계층이 골고루 짊어지는 형식의 합리적인 세입확대, 증세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한 감세가 장기적으로 세수의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은 감세를 줬지만 이를 통해 기업들로부터 과세 소득 증가를 통한 세수가 더 늘어날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지금 복지 재원이 많이 필요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재원 마련에는 두 가지가 있다”며 “증세를 통해 직접 세금을 끌어오는 방법과 감세로 민간 경제의 성장동력을 일으켜 국제 경쟁을 통해 법인 소득을 올린 후에 세금을 더 걷는 방법이 있다”라고 말했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보다는 감세를 통해 국가전략산업이 살아나 더 많은 수익창출을 하게 되면 오히려 법인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효과를 노리는 것이 민간의 글로벌 최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에서 해오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미국이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제 기반을 다지기 위해 투자세액공제를 40%까지 대폭 해주고 있다”며 “현 정부가 지금 돈도 많이 필요한 상황인데 감세 기조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세법개정안 시행시 세 부담은 고소득층이 50억원 증가하는 반면 서민과 중산층은 3295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별로는 중소기업은 3086억원, 대기업은 8669억원 각각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세법의 주요 지원 대상은 국가전략기술의 핵심 주체인 대기업인데 국가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전략적인 선택 결과로 본다”며 “감면 액수가 8000억원 가량인데 사실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라고 말했다. 요즘 대기업 투자 규모가 보통 30조~40조원 정도이고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봤을 때 대기업 세금 감면 규모는 혜택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수준이란 것이다. 

올해 세법 개정안, 일반 국민에 영향 주는 내용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서민 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눈 내용으로는 신용카드 초과 사용공제와 청년 주거지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등이 꼽힌다. 신용카드 매출 세액 공제는 원래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2023년 말까지 2년 연장된다. 연 매출 연 매출 10억원 이하인 자영업자는 연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을 통한 매출의 1.3%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청년층의 목돈 마련 위한 장기펀드 소득공제가 새로 생긴다. 만19세~34세 청년이 장기펀드에 가입하면 납입 금액의 40%를 소득에서 공제해준다. 총급여 3600만원 또는 종합소득 2400만 원 이하 청년이 청년희망 적금을 통해 받는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신설했다.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가입할 경우 소득요건은 총급여 3000만원에서 3600만원, 종합소득금액 20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완화한다. 적용기한도 2023년 말까지 2년 더 연장된다.

2023년부터 5000만원 넘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과세가 시작된다. 하지만 ISA를 이용해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ISA를 통해 주식투자로 수익이 1억원 발생하면 비과세 적용을 받아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