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시장 된다’···외부위탁운용 시장, 치열한 경쟁 서막 오른다
NH투자증권 OCIO 사업부 신설···사업부 대표는 CEO가 겸직 향후 1000조원 시장 전망에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경쟁력 강화 연이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향후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 공략을 위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금융투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고 경영자(CEO)가 OCIO 사업부 대표를 겸직할 정도로 힘을 싣는 사례가 나올 정도다. 과거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에 다양한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있어 향후 시장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OCIO는 금융사에 자금을 맡겨 전략적 자산 배분, 목표 수익률 설정, 자금 집행, 위험관리까지 위탁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연기금이나 공공 기관이 주로 OCIO를 활용하는데, 이들이 수십조원의 자금을 직접 운용하기에는 전문 운용 인력이 부족해 비효율적이다. 대신 전문 운용 인력과 인프라, 경험을 갖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이를 맡겨 자금을 굴리는 식이다.
◇ OCIO 사업 강화 위해 조직 개편 나서는 금투사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기관자금 운용 자문과 지원 기능을 담당할 OCIO 사업부를 신설하고 기존에 OCIO 영업 및 기획을 담당하던 기관영업본부 등 유관 조직들을 산하로 편제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회사 내 부서별 정보 교류를 차단했던 ‘차이니즈월’ 규제가 완화되면서 운용, 영업, 기획 업무 등 곳곳에 흩어져 있던 기능들을 한 데 모은 것이다.
다만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니라 OCIO를 사업부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이례적으로 OCIO 사업부 대표를 겸직한다는 점에서도 OCIO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동안 NH투자증권은 정 대표가 취임한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OCIO 역량 강화에 나서왔다. 2018년 말 기관영업본부 산하에 ‘OCIO 솔루션센터’를 설치했다. 같은 해 교육프로그램인 ‘OCIO스쿨’을 통해 전문인력 육성에도 나선 바 있다. 지난해에는 랩운용부 안에 ‘OCIO운용팀’을 신설하는 등 OCIO 사업에 공을 들였다.
OCIO 경쟁력 강화에 나선 건 NH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 OCIO 영업 확대를 위해 OCIO 마케팅팀을 OCIO영업부로 승격시켰다. 이와 함께 OCIO운용부도 별도로 뒀다. 후발주자로 평가되는 KB증권은 앞선 2018년 OCIO전략팀을 신설하며 OCIO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OCIO 강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올해 초 기관 M&S본부와 OCIO본부를 통합해 기관 및 연기금시장에서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 여기에 김민호 기관M&S본부장 겸 OCIO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힘을 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지난해 외부위탁운용(OCIO)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마케팅3부문 총괄을 새로 신설했고 주수용 전 신한자산운용 OCIO본부장을 이사대우로 영입했다.
◇ ‘1000조 시장된다’···경쟁 더욱 치열해질 전망
금융투자사들이 이 같이 OCIO 사업 강화에 나서는 이유는 시장 확대 기대감에 있다. 그 중에서도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노·사·외부 전문가가 만든 기금운용 위원회가 해당 기업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관리하면서 금융투자사들에 자금 운용을 맡기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사 입장에선 고용보험기금이나 주택도시기금과 같이 기금 운용 대상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밖에 민간 기업들의 잉여 현금 위탁 운용 수요, 대학들의 발전기금 등도 민간 OCIO 시장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현재 100조원 수준의 OCIO 시장은 향후 10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 증권사들이 적극 뛰어들면서 판도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산운용사들이 약 70%의 OCIO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40조원, 30조원의 운용규모로 업계 선두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이 OCIO 시장에서 선방하면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OCIO 사업의 수익성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향후 시장이 확대된다면 수익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를 기대하고 운용사나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수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운용 인력 규모와 일반 운용 역량뿐만 아니라 리서치, 대체 투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어 조직 강화 움직임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