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M&A’로 경쟁력 확보 방안 찾는다

CJ제일제당, 천랩 인수···엠투엔, 신라젠 인수 등 다양한 형태 M&A 진행 전문가 “기술 접목에 필요한 시간 단축 효과···미래 생존에 필요”

2021-07-26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가 다양한 형태의 M&A(인수합병)를 통해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국내 산업계에 영향을 미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업체 간 차이는 있지만 매출 증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기존 활발한 영업과 기술을 확보해 놓은 업체를 인수하거나, 일정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제약사들의 M&A가 활발한 상황이다. 

우선 CJ제일제당은 총 982억원을 투자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인 천랩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1일 천랩 최대주주인 천종식 대표와 중국 분자진단기업 상해 ZJ바이오텍으로부터 주식 62만5233주(15.99%)를 250억원에 넘겨받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CJ제일제당은 천랩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732억원을 투자해 천랩의 신주 195만4924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CJ제일제당의 천랩 인수는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한 후 3년 만에 의약품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CJ제일제당은 자사 미생물 관련 기술에 천랩 마이크로바이옴 역량을 접목,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으로 파악된다.      

휴젤도 현재 회사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몸값은 2조원 안팎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현재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휴젤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휴젤은 필러로 대표되는 미용 성형 제품은 물론 난치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업이라는 점에 타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휴젤은 주름을 펴는 주사인 ‘보톡스’로 불리우는 ‘보툴리눔톡신’ 전문 업체다. 지난 2015년까지 관련 분야 국내 1위였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에 주력하는 사이 국내 업계를 접수했다. 

엠투엔의 바이오 업체 신라젠 인수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신라젠은 한국거래소 판단에 따라 현재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엠투엔은 지난 15일 600억원 규모 인수대금 납입을 완료한 상태다. 이에 오는 8월 13일 개최 예정인 신라젠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진 선임이 결정되면 엠투엔의 신라젠 인수는 종료될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신약개발전문사 아이리드비엠에스에 13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4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일동제약은 해당 업체를 관계사로 편입키로 결정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의 사내 벤처팀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독립한 저분자화합물신약 디스커버리 전문 바이오테크다. 일동제약은 연구원 창의력과 오너십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R&D 생태계 구축을 위해 사내 벤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설립 후 다수 신규 후보물질을 도출해내며 10여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또 고도의 신약관련 플랫폼 기술과 프로세스를 보유한 점을 일동제약 측은 평가했다. 이번 인수로 일동제약은 그룹 내 R&D 각 분야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유기적 협력과 교류를 통해 신약개발 품질과 속도, 가능성을 높여 경쟁력 있는 R&D 생태계를 구축키로 했다.   

GC녹십자 계열 바이오회사인 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도 합병을 결정했다. 오는 11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GC녹십자랩셀이다. 통합을 계기로 상호는 GC Cell(지씨셀)로 변경한다.

이번 합병 결정은 세포치료제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면서 각기 다른 특화 역량을 가진 두 회사를 결합,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GC녹십자랩셀은 글로벌 제약사가 플랫폼 기술 일부를 사용하는데 수조원 가치로 평가할 정도의 NK세포치료제 분야 글로벌 탑티어 회사이고 GC녹십자셀은 매출 1위 국산 항암제 ‘이뮨셀LC’를 통해 세계 최다 세포치료제 생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두 기업 결합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유사기업을 결합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이른바 ‘볼트온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최근 제약업계의 M&A 움직임은) 좋은 시그널”이라며 “산업생태계가 변화하는 가운데 리빌딩 중심 글로벌 트렌드로 이동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원장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이미 기반이 구축돼 있는 기업을 인수하면 경쟁력 확보가 쉬워진다”며 “M&A가 미래 생존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