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중간배당 서로 다른 '속사정'···핵심은 '자본비율’

하나금융, 최고 수준 보통주자본비율···주당 배당금 '기대 충족' KB·우리금융, 예상치 소폭 밑돌거나 턱걸이···"코로나 재확산 대비"

2021-07-26     유길연 기자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하나·우리금융지주가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일제히 중간배당에 나섰다. 하지만 배당 규모는 시장 기대치와 비교해봤을 때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손실흡수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이 서로 달라 발생한 현상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보통주자본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지표 중 하나다. 금융지주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한다. 이 지표는 자본의 질적 측면을 측정하기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배당은 자본유출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금융지주는 배당정책을 결정할 때 BIS비율의 하락폭을 최소화해 손실흡수력 약화를 막는 편을 택한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은 유상증자, 당기순익 증대 또는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통해서만 개선돼 관리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지주가 배당정책에 있어 보통주자본비율을 신경쓰는 이유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익은 1조204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치(1조1365억원)를 약 700억원 뛰어넘는 호실적이다. 하나금융도 2분기 당기순익도 9175억원으로 전망치 대비 800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우리금융도 추정치를 1400억원 가량이 넘는 753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에 세 금융지주 모두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다만 중간배당에서는 조금씩 엇갈렸다. 하나금융은 주당 70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상대적으로 잘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하나금융이 600~800원으로 배당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KB금융은 주당 750원으로 국내 금융권 중간배당 중 가장 큰 액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 예측치(800~900원)에 소폭 미치지 못했다. 우리금융은 예상 범위인 150~200원의 하단에 맞춘 주당 150원을 중간배당 액수로 정했다. 

자료=각 사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세 금융지주 모두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에서는 차이를 보인 원인은 보통주자본비율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보통주자본비율 관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배당자제령’을 해제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손실흡수력을 유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세는 당국의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비율의 하락을 최소화하는 상황에서 배당 정책을 결정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의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4.16%로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중간배당으로 자본유출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전 분기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담보비율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국내 최초로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성(RoRWA)을 검토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한 덕분이란 것이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자본여력이 넉넉한 덕분에 하나금융은 당초 주당 700원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책정하려는 계획도 세우기도 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최고재무관리(CFO) 부사장은 상반기 실적발표회 자리에서 “중간배당은 원래 하려고 했던 것 보다 약간 줄여 작년보다 200원 늘어난 주당 700원으로 정했다”라며 “코로나 재확산 우려로 더 못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준수한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배당 후 하락폭을 최소화하는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의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3.70으로 직전 분기 대비 0.09% 하락했다. KB금융은 그간 중간배당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를 두고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결산배당으로 배당을 크게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KB금융은 향후 배당을 더 늘리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환주 KB금융 CFO 부사장은 실적발표회 자리에서 “KB금융의 목표인 배당 성향30%수준까지 꾸준히 배당을 늘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큰 규모로 중간배당을 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보통주자본비율(10.1%, 배당후 예상치)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내년까지 완전민영화를 이뤄야하기에 주가부양도 시급하다. 이에 보통주자본비율 하락폭을 최대한 줄이면서, 시장 예상 범위에 최대한 맞춰 투자자들의 기대도 채우려고 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간배당 이후에도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0% 선을 방어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전무는 "향후 중간배당을 지속적으로 할 것인지는 연말에 검토할 예정이다“라면서 "중장기적인 배당성향은 약 30%까지 올릴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시장의 시선은 신한금융지주로 쏠린다. 신한금융은 오는 27일 실적과 함께 중간배당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간배당 전망치는 주당 400원이다. 신한금융의 3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3.0%로 양호한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시장의 기대는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