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vs 농협금융, 4위 자리 놓고 ‘엎치락 뒤치락’

농협금융 상반기 순익 1.3조 ‘사상 최대’ 근소한 차이로 우리금융에 4위 자리 내줘 농업지원사업비 제외하면 우리금융보다 앞서

2021-07-23     김희진 기자
NH농협금융 당기순이익 추이/자료=NH농협금융그룹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지주들의 상반기 순이익이 잇따라 발표되는 가운데 NH농협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4위 자리를 두고 격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는 우리금융이 농협금융을 소폭 앞섰으나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를 제외한 순익은 우리금융보다 앞서면서 향후에도 4위권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농협금융 상반기 순이익 1.2조원 돌파…지주 출범 이후 반기 최대 실적

23일 NH농협금융그룹은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67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 대비 12.1%(731억원) 증가한 규모다. 2분기 순이익을 포함한 상반기 순이익은 1조28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02억원)보다 40.8%(3717억원) 늘면서 지난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후 상반기 최대 순익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근소한 차이로 우리금융에 ‘4대 금융지주’ 타이틀을 내주게 됐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4197억원으로 농협금융보다 1378억원 더 많았다.

다만 농업지원사업비로 지출한 금액을 제외하면 농협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4376억원 규모다. 농협금융은 농협법에 따라 농협 고유목적사업인 농업인·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지주를 제외한 자회사가 매분기마다 농협중앙회에 분담금을 납부한다. 올해 상반기 농업지원사업비는 2230억원이다. 농업지원사업비 지출을 감안하면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179억원으로 소폭 앞선다.

농협금융의 상반기 호실적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균형 성장 및 대손비용 감소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그룹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6.3%(2451억원) 늘어난 4조1652억원을,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1.6%(5259억원) 급증한 1조1780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이자이익이 급증한 배경에는 상반기 주식시장 호황으로 증권 위탁중개수수료와 유가증권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 있었다는 게 농협금융 측 설명이다. 상반기 수수료이익은 9837억원으로 1년 새 28.5% 증가했으며, 유가증권·외환파생손익도 전략적 자산운용에 따라 114.7% 증가한 8981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경영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각각 0.64%, 11.24%로 전년 동기 대비 0.18%포인트, 2.84%포인트 개선됐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핵심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7.8%(1295억원) 증가한 85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NH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101.7% 증가한 52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농협금융 전반의 손익 증대를 견인했다. 그 외 NH농협생명 982억원, NH농협손해보험 573억원, NH농협캐피탈 583억원 등 비은행 계열사들도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며 손익기여도를 높였다.

◇ 농협금융, 비은행 계열사 주축으로 우리금융 ‘맹추격’

우리금융 역시 눈에 띄는 호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7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8.7% 급성장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 역시 작년 상반기보다 114.9% 급증한 1조4197억원을 기록하면서 반기 만에 작년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우리금융은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약진과 함께 그간 약점으로 꼽히던 비은행 분야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농협금융에게 뺏긴 4위 자리를 되찾았다.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 1조2793억원, 우리카드 1214억원, 우리금융캐피탈 825억원, 우리종합금융 440억원을 시현하며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여전히 증권, 보험 등 대형 비은행 자회사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향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더 확충하지 못하면 증권·보험·캐피탈 등 우량한 비은행 계열사를 둔 농협금융에게 4위 자리를 다시 뺏길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실적에서 비은행 계열사들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의 성장성이 약화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앞으로 금융그룹 실적 개선의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