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전문점 실험···신세계푸드는 다를까
노브랜드 버거 성공적 안착에 따라 F&B브랜드 키우기 도전할 듯 제이릴라 캐릭터 활용한 사업 촉각···과거 전문점 실패 사례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세계푸드가 가성비를 앞세워 ‘노브랜드 버거’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은 이후 F&B(food and beverage·식음료) 전문점 강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가 론칭한지 2년여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코로나19 사태에도 꾸준한 수요를 보이자 신세계푸드는 강점인 외식업에 특색을 더해 전문점 강화에 나서려는 복안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 3월 기준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당초 하반기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흑자전환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신세계푸드는 코로나19로 주력인 단체급식사업이 타격을 입었지만 그 자리를 노브랜드 버거가 대신하며 사내 핵심 사업으로 굳혀지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제조서비스 부문 매출은 5293억원이다. 이 중 외식사업부 매출은 1000억원가량이며 노브랜드 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신세계푸드는 사업부 별도 매출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올해 1분기 노브랜드 버거 관련 제조 부문 매출 기여는 50억~60억원으로 추정된다.
노브랜드 버거가 론칭 이후 단기간에 성과를 낸 데는 무엇보다 가성비를 앞세운 차별화된 영업전략에 있다. 앞서 '노브랜드'가 구축한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마케팅 전략을 버거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실제 노브랜드 버거는 경쟁사 대비 2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점포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냈다.
신세계푸드는 129개(23일 기준)인 노브랜드 버거 매장수를 연내 17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노브랜드 버거는 론칭 2년여 만에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 했다”며 “코로나19에도 배달 주문, 픽업 등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이후 노브랜드 버거 배달 비중은 70%까지 올랐다”며 “내부에서는 자체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신세계푸드는 F&B 전문점 키우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취임식에서 “신세계푸드는 기존 패러다임에 갇혀 답보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며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냐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다”며 “새로운 경험과 차별화된 식음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푸드 콘텐츠와 테크놀로지 크리에이터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지난 15일 ‘RECETTE’ 상표를 출원, 커피 전문점 론칭을 예고했다. 여기에 신세계푸드는 캐릭터 ‘제이릴라’를 활용한 레스토랑 브랜드 ‘Universe by JRILLA’(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 상표도 출원했다.
제이릴라는 지난해 9월 이마트가 상표권을 출원한 캐릭터로 정용진 부회장의 이니셜 ‘J’와 고릴라를 합쳐 이름이 만들어졌다. 최근 해당 상표권은 신세계푸드로 이전됐다. 정 부회장은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이릴라를 홍보, 제일릴라 계정과 소통하며 외부로 노출시키고 있다.
다만 신세계는 유통 기업 중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사업을 키우는 기업이지만 전문점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혔던 헬스앤뷰티(H&B)스토어 부츠, 삐에로쇼핑 등이 그 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하기 위한 기획 단계로서 상표를 출원한 것”이라며 “아직 어떻게 사업을 전개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세계의 장점은 시대 흐름을 잘 파악해 유망한 분야에 투자하고 도전하는 데 있다”며 F&B“브랜드는 전망이 밝은 분야다보니 신세계가 또 다시 전문점에 실험을 해보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과거 부츠, 삐에로쇼핑 등은 해외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다보니 경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결국 철수한 것”이라며 “신세계는 잘 안 되는 분야는 과감하게 접으며 도전하는 기업이다. 과거 전문점 실패 경험도 있으니 향후 전문점은 더 잘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