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쉽지않네’···유니콘 국내 상장 선회 사례 또 나올까
마켓컬리 나스닥 대신 국내 시장 상장 추진 고비용 및 저평가 우려에 목표 바꾼 듯 해외 상장 추진 유니콘 많아 향후 행보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마켓컬리의 운용사 컬리가 미국 나스닥이 아닌 국내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튼 가운데 해외 상장을 저울질 하는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높은 비용과 저평가 가능성 탓에 미국 상장이 마냥 쉽지만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들을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려는 각종 유인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미국 나스닥에서 국내 시장 상장으로 선회하면서 두나무, 야놀자 등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국내 유니콘 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부터 나스닥 상장을 적극 추진했던 컬리의 사례가 미국 증시 진출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이 쉬운 선택지가 아닌 주요인에는 국내 대비 높은 비용이 꼽힌다. 우선 상장 주관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가 미국은 5% 수준으로 한국의 1% 대비 크게 높다. 미국의 법률·회계 자문 수수료도 한국의 최소 5~10배 수준이다. 이에 공모 예상 금액이 1조원일 경우 최대 1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경우 공모 비용이 100억~120억원에 그친다. 당장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이 차이는 클 수 있다.
여기에 미국 법인 설립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증시 상장의 주된 동인으로 평가되는 차등의결권을 받기 위해선 미국 법인의 상장이 필요하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특정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은 제도다. 그런데 국내 법인의 경우 국내 상법을 우선 적용받아 차등의결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차등의결권을 받으려는 기업은 통상 미국 법인을 세워 국내 법인을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법을 쓴다. 기존 국내 법인의 주주가 주식 스왑을 통해 미국 법인의 주주가 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양도세가 발생한다. 지분의 취득금액과 현시점 가치의 차액을 양도 차익으로 인식해 10~30%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최대 주주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국내 내수 위주인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로 분류된다. ‘7억5000만달러의 시가총액’과 ‘7500만달러의 매출’이라는 나스닥 상장 요건만 놓고 봤을 때 진입 장벽이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컬리 역시 높은 비용을 상쇄할 만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데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나스닥 상장 추진설이 제기되는 야놀자와 두나무 등 대다수 유니콘의 사업영역이 내수에 치중 돼 있어 글로벌 성장성에 대한 스토리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상장을 유도하려는 정책들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 2의 컬리를 예상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코스피 상장 규정을 완화해 시가총액이 1조 원이 넘으면 적자를 내더라도 상장할 수 있게 했다. 또 상장 후엔 최대주주와 우호주주 간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체결로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회에서는 비상장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주 발행을 허용하는 차등의결권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다만 유니콘 기업 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정책이 국내 리턴 유인으로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 나서려는 유니콘이 모두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만을 위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처음부터 미국 상장을 노렸던 쿠팡과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기도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높은 시장 평가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미국 상장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