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윤리협, 해고무효 소송서 패소···“‘근로계약 갱신기대권’ 근로자 수와 무관”

‘근로갱신’ 신뢰관계 여부로 판단···4인이하 사업장도 인정 법조윤리협의회 前사무국장, 조직 상대 소송서 ‘승소’

2021-07-04     주재한 기자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도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법리는 적용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면 사업장 내 상시 근로자 수와는 무관하게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은혁 부장판사)는 법조윤리협의회(협의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A변호사가 협의회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협의회가 A변호사에게 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A변호사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임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변호사는 2017년 3월 협의회와 근로계약을 맺고 사무국장 겸 상근관리관(계약직)으로 근무했다. 1년 단위 계약이었고 이듬해 3월에도 근로계약 및 연봉계약을 다시 체결해 사무국장으로 계속 근무했다. 그러다 협의회는 계약만료 전인 2019년 1월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전달하고,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A변호사는 “그동안 한시적·일시적 업무가 아닌 상시적·계속적이고 중요한 업무를 해왔다. 사무국장 및 일반 직원들 중 본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는 한 갱신이 거절된 사례가 없다”며 “계약 갱신에 관한 신뢰를 부여해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협의회는 “피고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상시 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그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인정되는 것이다”며 “근로기준법상 해고 등 제한 규정과 취지 및 요건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계약의 갱신에 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원고에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도 A변호사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봤다. ▲피고(협의회)의 효율적이고 안정적 운영을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원고(A변호사)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피고가 2007년 설립된 이래 직원들이 스스로 퇴직을 원하지 않는 한 예외 없이 계약이 갱신된 점 ▲피고 측이 계약 만료 이후까지 수행할 것이 예정돼 있는 업무에 대해서도 원고에게 지시 또는 승낙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의 기간 만료일 이후에도 직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계약의 갱신에 관한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이 사건 갱신거절은 무효다”고 판시했다.

법조윤리협의회는 변호사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으로 법조윤리의 확립을 위한 법령·제도 및 정책에 관한 협의, 법조윤리 실태의 분석과 법조윤리 위반행위에 대한 대책마련, 법조윤리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자에 대한 징계개시의 신청 또는 수사 의뢰 등을 업무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