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낸 중흥·DS···막오른 대우건설 인수전

중흥건설·DS네트웍스 2파전 확정···호반 불참 이행보증금 500억원, 인수 철회 해도 못 받아

2021-06-25     길해성 기자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전경 / 사진=대우건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우건설 인수전이 중견건설사 중흥건설과 부동산 시행사 DS네트웍스의 2파전으로 확정됐다. 추후 인수를 철회하더라도 돌려 받을 수 없는 이행보증금 500억원을 내고 참여한 만큼 두 회사의 인수 의지는 강한 모습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본입찰에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DS네트웍스·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IPM) 두 회사가 참여했다. 매각대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지분 50.75%이다. 예상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2조원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는 다음 주 중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던 호반건설과 한앤컴퍼니, 아부다비투자청 등은 불참했다.

업계에선 대우건설이 이번엔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찰 참여 시 이행보증금 500억원을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입찰 참여자들은 추후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다. 과거 2018년 대우건설 매각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9일 만에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혀 무산됐던 경우를 막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두 회사의 인수 의지도 강하다. 중흥건설은 정창선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초 신년사에서 “3년 내 4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 유가증권에 상장된 대기업의 M&A를 통해 재계 20위권에 진입하겠다”며 건설업종 인수를 시사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3년 내 매물로 나올 만한 건설사 대기업은 대우건설뿐이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해외건설 등 사업 다각화와 전국구 브랜드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다.

업계에선 유동자금이 풍부한 만큼 중흥건설이 2조원 안팎의 대우건설을 인수할 여력이 된다는 평가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자금 여력을 합치면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32억원, 유동자산은 2조8626억원이다. 중흥건설은 지난달부터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자금 조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무조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DS네트웍스는 대우건설과 오랜 기간 파트너로 활동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각각 시행·시공을 맡아 가산·성수·송도·세종·마곡·용인 등지에서 오피스텔을 공급해 왔다. 2019년 1조원 규모 서울 가양동 CJ제일제당 부지, 지난해 이마트가 내놓은 마곡지구 부지 입찰에도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장기간 호흡을 맞춰온 만큼 대우건설 인수 시 주택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최대 부동산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시공능력평가 6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면 시행과 시공을 모두 갖춘 종합부동산개발사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S네트웍스는 덩치가 작은 만큼 재무적 투자자 스카이레이크와 IPM을 통해 인수 자금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매각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9년 10월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인적분할로 설립된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대우건설은 다시 매물로 나왔고 산업은행 관리 아래로 들어갔다. 이후 2017년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이 드러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