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비 예산 심의 진행···지자체 경쟁 ‘사활’
기재부, 이달 말까지 국비 예산 1차 심의 진행···지자체 확보 경쟁 본격화 서울은 노후시설·지방은 SOC 중심 지원 요구···정치권 지원도 적극 활용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내년도 국비 예산 심의를 진행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의 예산 확보 경쟁도 시작됐다. 지역의 주요 사업들을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하기 위한 설득 논리 마련에 주력하는 한펀 정치권을 향한 지원 요청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가 지난달 31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요구 규모는 총 지출 기준 593.2조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예산 558조원보다 6.3% 증가한 수준이다.
한국판 뉴딜, K자형 양극화 해소 등 핵심 과제 소요가 큰 환경, 복지, R&D, 국방, 산업, 중소기업, 에너지 분야는 증가율이 높은 반면, SOC, 일반·지방행정 분야 등은 한시적 지출 정상화 등으로 증가율이 낮았다.
기재부는 이달까지 이 요구안을 토대로 국비 예산 1차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로선 정부 예산안에서 자신들의 몫을 최대한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예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예산안이 일단 국회로 넘어간 뒤 증액 폭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예산의 경우 지자체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SOC 분야의 예산 요구 증가율이 낮다보니 국비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각 지자체들은 지역 주요 사업들을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 현재 사업부서별로 기재부에 사업 설명과 함께 예산 요청을 해 놓고 있다. 현재는 구체적인 설득 논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대표적인 쟁점은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 지원과 노후전동차 교체, 노후 하수관 개보수 지원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도시 철도는 건립된 지 굉장히 오래되다 보니 주로 이 부분에 있어 국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며 “타 시도의 경우 중앙정부가 최소 50~70% 지원하는데 서울시는 도시철도는 40%, 경전철은 30% 수준 지원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 도시철도는 시민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노후전동차도 국비 지원은 25%정도에 불과하고 서울시가 나머지 75%를 부담하는데 정부 지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며 “노인 무임승차는 정부가 적극 장려하고 법적인 기준까지 마련했는데 운영비라는 이유로 지자체에서 모두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원인을 제공한 국가에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차원에서 국비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후 하수관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은 하수관이 굉장히 많이 노후화됐는데 전체 하수관로를 정비하려고하면 20조원 가까이 들어간다”며 “서울시는 정부로부터 하수관로 정비 비용을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있지만 타 시도의 경우 일반시도는 30%, 광역시는 20%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기재부가 서울시에 국비를 지원하는데 소극적인 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재원을 보면 타 시도에 비해 시민들의 세금 부담이 높다”며 “조세저항을 없애려고 하면 세 부담에 따르는 복지도 어느정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은 인구가 많고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 시민 안전과 노후시설 정비 관련한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타 시도의 경우 주로 도로 건설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대한 예산 지원 필요도가 높다.
경기도의 경우 내년도 주요 국비 사업으로 서해선(송산~홍성) 복선전철, 신안산선 복선전철, 광명~서울고속도로 등이 포함돼 있다. 강원도는 제천~영월고속도로, 춘천~속초 고속철도 등이 주요 국비 지원 대상 사업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본공사를 앞둔 제천영월고속도로는 지연되지 않고 적기에 착공하도록, 춘천속초고속철은 계속 미뤄지지 않고 적기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신규로 영월삼척고속도로도 제천영월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한 번에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고속도로 연장인 춘천~철원 구간 건설도 핵심 신규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국비 지원에 유리한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국비 지원을 반영할 때 고려할 때 재정자립도가 하나의 요건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대 전제가 될 수는 없다”며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재정자립도를 보긴 하지만 기재부 심의는 균형발전보다는 사업 성과 효율 효용성을 우선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신산업 같은 경우 성과를 내는 게 보장되는 지를 우선적으로 보기 때문에 이 점을 어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산 전문가들은 기재부의 국비 심의는 6월엔 원칙론 적인 면을 검토하고 7월에 가면 그동안 쟁점이 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본다고 분석한다.
한 지자체 예산 관계자는 “지금 국비에 대해 기재부와 직접 얘기할 시기는 아니다”며 “기재부도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지자체 의견을 받는데 그 전에 설명을 하면 설득이 잘 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칫 기재부가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자체별 국비 확보전은 정해진 파이를 나눠먹는 식이기 때문에 각 지자체는 조금이라도 예산을 끌어오고자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지원도 적극 활용한다.
실제 광주시는 지난 21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내년도 국비 확보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해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강병원·백혜련·김영배 최고위원 등 당 주요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다음달 7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함께 예산정책협의회를 연다”며 “그 때 의원들에게 국비와 지역 사업들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