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미사일 방어체계 감축···중국 견제로 돌릴 가능성도
이란 위협 크지 않다 판단···일정·재배치 지역 공개 않키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동지역 내 미사일 시스템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는데 더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이라크와 쿠웨이트, 요르단,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국가에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 8개 포대를 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철수하고 다른 지역에선 제트 전투기 비행 중대도 감축하기로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2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하며 해당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에서 철수한 병력과 장비가 재배치되는 지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제시카 맥널티 미 국방부 대변인은 파트너국을 존중하고 작전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중동지역 병력과 장비 철수 시점 및 일정, 재배치지역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사우디에서 철수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반드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되는 것은 아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패트리엇 미사일과 운영, 경비 인력을 미국에 복귀시켜도 군이 다른 곳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은 중동지역 주둔 병력을 줄이고 있다. 미국은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하기로 했으며 지난달 1일부터 철수를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과 갈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란핵합의 복원을 추진하며 의견 일치할 경우 대이란 제재를 풀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란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반대되는 행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예멘 친이란 반군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는다는 이유로 사우디 등 걸프지역에 대공력을 강화한 바 있다.
또한 사우디가 대부분 로켓공격을 직접 막아내는 등 방위력을 개선한 것도 미군 자원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전세계 미군 배치를 재검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WSJ는 미군 배치 재검토가 다음달 마무리 될 예정이나, 미 국방부는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미군을 감축하면 러시아와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 지상군이 계속 남아있고 안보협력 및 공동 군사훈련 등 해당 국가와 미국과의 깊은 관계를 감안하면, 러시아와 중국 시도가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아프간에서 철수한 병력과 장비 중 일부가 중동 지역에 재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