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oin]엘살바도르 호재도 한때···매력 잃어가는 암호화폐 시장
세계은행·IMF, 비트코인 법정통화화에 부정적 입장 머스크, 테슬라 비트코인 결제 허용 시사···깜짝 반등 후 다시 하락세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엘살바도르 호재에 힘입어 한때 상승세를 보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하락 국면을 맞이했다. 암호화폐가 한 국가의 법정통화로 채택되는 첫 사례가 나오기는 했지만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정부 역시 강경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슬라 지급결제 허용을 시사하며 비트코인 가격을 한 차례 끌어올렸으나 그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에 투자자들의 불만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본격화됨에 따라 거래소들의 부실 코인 정리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주 3600만원대(빗썸 기준)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을 4000만원 중반대까지 상승시키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던 엘살바도르 호재는 이번 주 예상보다 단기간에 그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일 세계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는 지난 17일 법정통화 시행을 위해 세계은행 측에 기술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알레한드로 젤라야 엘살바도르 재무장관이 기술지원을 요청한지 단 몇 시간만에 이메일을 통해 거부 의사를 전달했다. 세계은행은 측은 엘살바도르 정부에 “환경과 투명성 측면의 결점을 감안할 때 세계은행이 지원을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전했다.
IMF 역시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젤라야 장관은 “IMF가 비트코인 법정통화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IMF와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제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정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비트코인의 법정 통화 채택은 거시경제와 금융, 법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지난 10일 4449만원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3일까지 4000만원 초중반에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다시 한 번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예상됐던 비트코인의 구세주가 된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였다. 머스크는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채굴자들이 적정한 수준(50% 이상) 이상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고 긍정적인 미래 트렌드에 대한 확인이 있으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결제를 다시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가 게시글을 올리자 4100만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 4749만원까지 상승했다. 하루만에 약 15.83% 가량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부양 효과에도 불과하고 머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판 여론을 줄어들지 않고 있다. 8000만원에 달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머스크의 ‘테슬라 결제 중단’ 결정이기 때문이다.
미국발 악재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최대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받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승인은 지난 17일 또 한 차례 지연됐다. SEC는 비트코인 ETF가 시장 조작에 취약한 지 여부를 추가로 확인한 후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같은 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인상 시사도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18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44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주요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 폐지 종목과 유의 종목의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을 스스로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국내 거래소들은 부실 코인들 정리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빗썸은 지난 17일 애터니티, 오로라, 드래곤베인, 디브이피 등 4개 코인의 거래 지원을 종료했으며 아픽스, 람다 등 2개 코인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업비트 역시 18일부터 마로, 페이코인, 옵져버, 솔브케어, 퀴즈톡 등 5개 종목의 거래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