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리스크' 휩싸인 하이트진로, 반등 가능할까

하이트진로, 재무건전성 갈수록 악화···“불확실성 대응 위한 유동성 확보 때문” 박문덕 회장 공정위에 지정자료 누락으로 고발···친족 7명·계열사 6개 누락

2021-06-15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백신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2분기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하이트진로가 암초를 마주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주류 문화가 위축되자 하이트진로는 다양한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재무건전성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박문덕 회장을 둘러싼 리스크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하이트진로의 반등 모색에 관심이 모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주류시장 위축에도 테라와 진로이즈백을 중심으로 수익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29억원, 당기순이익은 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12.6% 줄었다. 반면 매출은 5조3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성장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소주 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0.4도 낮추며 주정원가를 절감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소주 도수를 낮추면서 한 병당 2.4원을 절감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 계열사 현황 및 부채비율 추이.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하이트진로는 자구안을 펴며 급변한 주류 시장에 대응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무알콜 ‘하이트제로 0.00’이 6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무알콜 시장은 전체 맥주 시장의 0.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가정용 맥주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오비맥주는 52.7%로 부동의 1위를 기록한 반면 하이트진로는 점유율 26.7%로 오비맥주의 절반가량으로 집계됐다.

다만 하이트진로는 수년째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재무상태가 불안하다고 보는데, 하이트진로는 2018년까지 200%를 밑돌다 2019년 216.58%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2019년 대비 소폭 줄어 206.98%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다시 267.17%로 올라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악화는 현금흐름 등과 종합했을 때 결정되는 부분”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부채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말 기준 2645억600만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올해 1분기 8203억92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는 코로나19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 입장이다.

여기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 현황을 제출할 당시 계열사 6곳과 친족 7명을 빠뜨렸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17~2018년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연암·송정·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 5개사와 친족 7명을, 2017~2020년에는 평암농산법인을 누락했다. 연암과 송정은 박 회장의 조카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박 회장은 2013년 2월 연암과 송정이 계열회사로 편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2019년 공정위로부터 지적을 받기 전까지도 이들 회사를 누락했다.

특히 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은 박 회장의 사촌과 아들, 손자 등의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들은 계열회사 직원들도 친족회사로 인지했을 만큼 내부거래 비중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주·임원이 계열회사 직원들로 구성된 평암농산법인도 2014년 6월 평암농산법인의 계열 누락 사실을 확인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처벌 정도를 검토했으나 지난해 공정위 현장조사에서 해당 법인의 계열 누락 사실이 드러난 이후 편입신고 자료를 제출했다.

친족 7명도 지정자료 제출에서 누락했다. 이 친족 7명은 대우화학·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 3개사와 관련돼 있다. 공정위는 이 역시 동일인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친족들이라고 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당시 해당 계열사들 모두 동일인과 무관하게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고, 고의적인 은닉이나 특별한 이득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소명했다”며 “향후 있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