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 미국 또 찾은 이유는?···“미래차 아메리칸 드림”
지난 4월 이어 2개월 만에 미국 출장···동부 보스턴 들러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점검 차원 태동기 진입한 미국 전기차 시장 선점 모색···美 전기차 판매, 2035년 800만대 규모 성장 전망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장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미국 전기차 시장 선점을 비롯해, 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미래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13일 오후 현대차그룹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 4월 1주일간 미국 출장을 다녀온지 2개월 만이다.
앞서 정 회장은 미국 서부 로스엔젤레스(LA)의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과 설앨라배마 공장 등을 방문했다. 이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점검을 위한 것으로, 정 회장 방문 이후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해 미국내 전기차 생산 및 생산 비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정 회장이 직접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을 점검한 것은 그만큼 미국 전기차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전기차의 경우 유럽, 중국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는 29만대로, 미국 자동차 시장(1430만대)의 2%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 전기차는 93만대(4%), 유럽 92만대(11%) 등으로 미국에 비해 전기차 비중이 월등히 높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탈(脫)디젤화’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여전히 내연기관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전세계 국가들이 친환경 시대를 맞아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은 반대로 규제를 완화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의 기업 평균 연비 규제(CAFE)는 2025년까지 모든 신차 평균 연비를 23km/ℓ까지 개선해야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규제가 완화되며 승용차 20km/ℓ, 경량트럭 14.5km/ℓ(2026년 기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도 대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 회장은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며 미래 먹거리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현지 기업의 경우 테슬라를 제외하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아직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까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며, 미국내 점유율인 1위인 토요타는 전기차 개발에 한참 뒤처진 상태다.
현대차는 올 가을 아이오닉5를 미국에 출시하고, 내년부터는 현지 생산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기아도 EV6를 내년 미국에 출시하고, 아이오닉6·7를 비롯해 EV 시리즈들도 미국에서 판매할 방침이다.
미국 시장은 전기차 뿐 아니라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모빌리티 기술 개발에도 중요한 거점이다. 정 회장은 미국 뉴욕, 보스턴 등에 들러 자율주행기술 전문업체 앱티브와 합작한 모셔널을 비롯해, 작년 인수를 발표한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은 정의선 회장이 일찍이 미래모빌리티 핵심으로 점찍어둔 사업으로, 현대차그룹은 모셔널 설립에 20억달러(한화 약 2조2000억원),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에 8억8000만달러(약 9800억원)를 투입했다.
정 회장은 2019년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그룹 미래 방향성에 대해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를 제시한 바 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로봇 양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시장은 지난해 444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연평균 32% 성장세를 기록하며 2025년에는 1772억달러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당시 사재로 20% 지분을 직접 인수하며 로보틱스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자율주행기술의 경우 정 회장은 현재 반자율주행기술을 넘어 완전자율주행 기술까지 도달하겠다는 포부다.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4 기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3년에는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반 도로에서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은 무인 자율주행차 시범주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