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최태원 중심 ‘수소협의체’···롯데·한화·GS·현대重·두산은?

9월 출범 앞서 내달까지 참여사 확정계획···효성에 이어 대기업 합류여부 관심사 업계 롯데·한화·GS·현대重·두산 등 거론···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입김 작용할지 주목

2021-06-11     김도현 기자
지난 10일 현대·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수소기업협의체’ 발족을 예고한 4개 그룹 총수.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현대차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재계 2위(현대자동차)·3위(SK)·6위(포스코)·29위(효성) 대기업이 주축이 된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이 본격화된다. 오는 9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이번 협의체에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업계는 수소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롯데·한화·GS·현대중공업·두산 등의 합류를 점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협의체는 현대차·SK·포스코 등이 올 초 민간주도 협력 필요성에 공감대를 나타내며 설립이 추진됐다. 그러다 효성에서 참가의사를 밝히게 됐고, 지난 10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 모여 협의체 설립을 구체화시켰다.

최초 의견을 모은 현대차·SK·포스코 등이 공동의장을 맡는다. 9월 총회를 열고 출범을 공식화하기 전인 내달 말까지 추가 참여기업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이미 4개 그룹이 주축을 이룬 상태서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자칫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 탓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업계는 복수의 대기업 참여를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전례 없는 사업 분야며,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자연스레 수소 생산부터 운송·충전·보관·소비 등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소비·유통망을 구축함에 있어 연합전선을 꾸릴 필요성이 높기에서다. 수소관련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제시한 바 있는 롯데·한화·GS·현대중공업·두산 등이 참여 후보군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이 프랑스 에어리퀴드와 함께 수소사업을 준비 중이며, 최근에는 SK가스와 합작사(JV)를 설립해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장에도 진출할 뜻을 내비쳤다. 또 다른 계열사 롯데정밀화학은 현대중공업그룹과 암모니아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소를 판매할 계획을 수립했다. SK가스와의 협력으로 이번 협의체 합류가 가장 유력시되는 회사로 분류된다.

롯데의 부생수소 협력 파트너인 현대중공업그룹도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주도아래 수소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기 총수로 꼽히는 정 부사장이 직접나선 만큼 상당한 사입적 진척이 예상된다. 특히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한 사우디 아람코가 수소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이와 관련된 협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한화그룹에서도 후계자가 수소사업을 총괄한다. 기존 태양광과 더불어 수소연료전지 실증사업까지 확장해 친환경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그 중심에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GS그룹은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이 중심이 돼 GS에너지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ADNOC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두산은 수소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사업에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겸비한 상태다.

이들이 수소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진척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4개 그룹이 추진하는 협의체에 모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합류를 확정지은 4개 그룹 총수들이 내달까지 참여기업을 확정 짓겠다고 밝힘에 따라 롯데·한화·GS·현대중공업·두산 등의 합류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을 뿐 각 그룹들 모두 “논의조차 개시되지 않은 상태다”고 입을 모았다.

후보지로 평가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수소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민간 중심의 협의체는 곧 사업적 협력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면서 “4개 그룹만 하더라도 포스코·현대제철이 생산한 수소를 효성이 보관·운송 용기를 담당하고, SK그룹이 이를 유통·활용하며, 현대차에서 생산한 수소차를 구입한 고객들이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생태계 구축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선 회사들은 합류를 유력시하겠지만, 유통·소비가 아닌 독자적인 수소사업구축 완성단계에 머무른 회사들의 경우 합류를 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면서 “사업 측면을 제외하고 보면, 재계 상위 그룹들이 중심에 선 상황에서 ‘대한민국 수소기업’이란 상징성이 갖는 가치도 상당할 전망이어서 기대 이상의 합류를 이끌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배터리·수소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살펴보면 모빌리티와 이에 따른 파생사업들이 각광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재계가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함에 있어서 현대차가 그 중심에 선 모양이어서 정의선 회장의 역할이 중시될 전망이다”고 풀이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도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만큼 기대 이상의 많은 그룹들이 이번 협의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