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규 끌고 이영종 밀고···신한라이프 초대 임원진, 안정화에 ‘방점’
출범 약 한 달 앞두고 임원 인사 완료···부사장·전무·상무, 총 24명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균형 인사’에 중점···변화 규모 최소화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자산 기준 국내 4위 규모의 대형 생명보험사 ‘신한라이프’를 이끌 첫 임원진이 확정됐다. 성대규 초대 대표이사 사장은 통합 원활한 화학적 결합을 위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출신 인사들을 골고루 중용하는 ‘탕평 인사’를 단행했으며 양사의 기존 임원들을 대부분 유지하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내 대표적인 ‘전략통’ 인사로 꼽히는 이영종 현 오렌지라이프 대표의 부사장 선임은 조직 안정화뿐만 아니라 신한금융 그룹 내 위상 격상 등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 소속 기준 12대 12로 양사 동일···전무 3인 전원 오렌지라이프 출신 배치
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통합 법인 ‘신한라이프’ 출범을 한 달 가량 앞둔 지난 3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은 이미 지난해 말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신한라이프의 초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부사장과 전무, 상무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성 사장을 제외하고 신한라이프의 초대 임원진으로 확정된 인원은 총 24명이다. 부사장과 전무가 각각 3명씩 선임됐으며 상무 인사에 18명의 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기존 임원 수는 각각 14명, 18명이며 신한금융 겸직 인원을 제외하면 그 수는 9명, 15명으로 줄어들다. 전체 임원 수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 셈이다.
성 사장을 제외한 24명의 임원 중 12명은 현재 신한생명에 소속이며 나머지 12명은 오렌지라이프 소속이다. 통합 후 첫 임원 인사인만큼 혹시 모를 잡음이 나지 않게 동일한 수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 소속이 아닌 기존 출신으로 따져보면 신한금융 출신이 13명으로 옛 ING생명(오렌지라이프) 출신 인사(11명)보다 근소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종 현 오렌지라이프 대표는 신한은행 및 신한금융지주 출신 인사며 WM본부 상무에 선임된 이영재 현 오렌지라이프 B2B사업그룹장도 신한생명 CPC기획팀장, B2B사업그룹장 등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고객전략그룹 상무 자리에 앉게된 배형철 오렌지라이프 고객전략그룹장 역시 신한생명에 입사해 마케팅 팀장, FC사업본부장 등을 지낸 인사다. 반대로 구도현 자산운용그룹 상무와 유희창 언더라이팅본부 상무는 현재 신한생명 소속이지만 각각 오렌지라이프에서 자산운용실장과 소비자보호 SMG 그룹장까지 역임했던 인물이다.
단순한 숫자뿐만 아니라 직위 배분에서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성 사장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부사장 3인 중 2인(이영종, 오동현)을 신한 출신 인사로 채운 대신 전무 3자리(이성태, 오민, 박경원)에는 모두 오렌지라이프 출신 인사를 배치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새롭게 임원으로 승진한 인원은 단 5명에 불과하다. 기존 임원진 구성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통합 초기에 안정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다만 새롭게 상무로 선임된 5명이 모두 신한생명 출신 인사라는 점이 향후 내부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주목해볼만하다.
◇M&A 및 통합 주도한 이영종 오렌지라이프 대표, 전략기획 부사장으로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이영종 오렌지라이프 대표의 거취는 신한라이프 내 잔류로 결정났다. 이 대표는 현재 신한라이프 임원진 중 유일하게 신한은행으로 입사한 인물이다. 보험영업의 전문성보다는 전략·기획 등에 뛰어난 역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라이프 내에서 전략기획그룹 부사장을 맡아 성 사장에 이은 2인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1993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신한은행 인사부, 신한금융 경영지원팀, 뉴뱅크추진팀 등 주요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신한은행 대외협력실 팀장, 미래전략부장 등 요직을 수행한 바 있다. 은행뿐만 아니라 지주사에서도 전략기획팀 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특히 2018년에는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서 오렌지라이프 M&A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이 대표는 오렌지라이프 전무(New Life 추진실)로 자리를 옮기며 통합 준비 작업을 이끌었다.
오렌지라이프로의 이동은 ‘통합 생보사 출범’이라는 특별 임무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임무를 완수한 후 신한은행 또는 지주사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서 추가 M&A 물색 등 다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이 대표가 계속 남게됨에 따라 신한라이프의 화학적 결합 작업은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표는 이미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 과정에서 실무진으로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또한 그룹 내에서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신한라이프와 지주사 사이의 소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와 함께 3부사장 체제를 형성할 곽희필 FC1사업그룹 부사장과 오동현 FC2사업그룹 부사장은 각각 오렌지라이프, 신한생명의 영업조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 부사장은 오렌지라이프에서 FC채널전략부문장과 FC채널본부장, 영업채널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오 부사장 역시 신한생명에서 수도본부장, FC영업지원본부장 등을 지낸 보험 영업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