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GS25 불매운동 한 달···가맹점주 "코로나로 더 힘들어"
지난달 홍보물 남성 혐오 논란으로 불매운동 주장 나와 매출에 큰 영향 없는 분위기···코로나 영향 더 커
[시사저널e=이호길 인턴기자]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없어요. 불매운동 때문에 안 올 손님도 없다는 겁니다”
1일 오전 서울 이대 근처에 위치한 GS25 편의점. 이곳에서 20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점주 A씨는 ‘불매운동 영향으로 매출이 줄었냐’는 질문에 체념한 듯한 어투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편의점을 찾는 손님 자체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전날과 이날 일부 남성을 중심으로 불매운동 주장이 한 달째 나오고 있는 GS25 매출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와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 매장을 취재했다. 취재 결과, 불매운동보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더 크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이날 신촌역 부근에서 1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코로나로 사람이 덜 오지 불매운동 자체는 큰 상관이 없다”며 “젊은 남성 손님이 많이 줄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이슈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무심하게 말한 그는 코로나19 직격탄이 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GS25 불매운동 논란은 지난달 본사가 발표한 홍보물에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이미지가 삽입됐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해당 홍보물에 손가락과 소시지 이미지가 담겼는데, 이 두 개가 성기를 부각해 남성을 혐오한다는 상징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남성들은 이에 반발하며 GS25 불매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젠더 논란으로 비화된 이슈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BBQ, 맥도날드, 무신사 등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홍보물에 문제될 만한 이미지가 없는지 점검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점주들과 직원들은 불매운동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편의점 운영자 A씨는 “평소와 매출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논란 이후 담배를 사러 오던 젊은 남성 숫자가 감소한 것 같은 느낌은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잘 안 되는데 논란이 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GS25 경영주협의회 관계자인 김정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편의점분과위원장은 매출 감소와 관련해 “지방은 큰 영향이 없고, 서울·경기 지역은 미미하게 떨어졌다가 현재 개선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경영주협의회에는 전국 GS25 매장 30% 정도의 가맹점주가 속해 있다.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 숫자가 이 정도로, GS25 가맹점주 모임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김 위원장은 “점주들 의견을 모은 의견서를 작성해서 본사에 보내기는 했다. 매출이 많이 떨어졌으면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할 텐데 아직까지 그러지는 않아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말부터 이대역 인근 GS25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D씨는 “불매운동 영향은 없다. 사장님과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고, 사장님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는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영향은 확실히 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손님이 꽤 많이 줄었다”고 부연했다.
다만 주택가와 회사 인근 GS25는 코로나19 후폭풍이 그리 거세지 않아 보였다. 불매운동 영향은 마찬가지로 미미했다. 오피스텔 옆에 자리한 마포구 GS25 아르바이트 직원 조모씨는 “불매운동과 상관없이 단골분들이 있어서 많이 오시는 편이다. 매출 차이는 크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기업이 있는 충정로역 근처 GS25에서 1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노모씨도 “손님들이 이슈에 대해 알고는 있는데 회사 옆에 있으니까 굳이 멀리까지 가지는 않는 것 같다. 이전과 매출에 큰 차이는 없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사항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대역 근처 GS25 아르바이트 직원 김모씨는 “평일 오전에 일하는데 이 시간대는 원래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면서도 “남성 혐오 논란이라는 게 프랜차이즈 이미지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아르바이트 입장에서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GS25 점주도 “예민한 내용이라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 다른 곳에 물어보시기 바란다”고 손사래를 치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프랜차이즈에서 논란이 일어나면 가맹점의 매출과 직결되는 만큼 본사의 신중한 태도를 요구하는 주문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본사에서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이슈가 될 수 있으니 조심했으면 좋겠다. 문구나 그림을 쓸 때 자세히 봐야 한다. 심각하게 보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전날 조윤성 사장이 편의점 사업부장에서 물러나는 내용의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진행 중인 불매운동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GS리테일 측은 “GS홈쇼핑과 합병 안건이 통과되면서 합병 시너지 제고 및 미래성장을 위한 조직 인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