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WM수수료이익 감소···상품 다양화로 반전 노리나

1위 국민은행과 격차 더 벌어져 금전신탁이익 증대는 '긍정적'

2021-05-31     유길연 기자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신한은행이 4대 시중은행의 WM수수료이익에서 나홀로 감소했다.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고객 신뢰 하락과 함께 금융당국의 규제의 영향 때문이다. 다만 신탁 자산을 운영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이익이 크게 늘어난 점은 향후 실적 반전을 기대하는 요소라는 평가다. 

◇WM수수료이익 8% 감소···당국 ELT 규제, 사모펀드 책임 '엎친데 덮친격'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자산관리(WM) 수수료이익은 39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95억원)과 비교해 9% 늘었다. 특히 국민은행(1632억원)이 23% 증가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 결과 WM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그간 부진을 털고 각각 3%, 8% 증가했다.  

반면 신한은행(789억원)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8% 급감했다. 국민은행과의 격차도 첫 분기부터 900억원 넘게 벌어졌다. 2019년까지만 해도 두 은행의 연간 WM수수료이익은 1000억원 차이였다. 하지만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면서 이 격차는 지난해 1700억원 가까이 커졌다. 올해도 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WM이익이 부진한 이유는 WM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탁수수료이익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 신탁수수료이익은 46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7% 감소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35% 급증하면서 1000억원 대를 넘겼다. 

신탁은 고객이 자산을 은행이나 증권사 등 신탁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운용해 이익을 남겨주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금전신탁과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맡기는 재산신탁으로 구분된다. 통상 금전신탁이 운용이익이 더 크고, 은행 입장에서도 수수료이익을 더 많이 거둘 수 있다.  

자료=각 사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판매의 상한선을 정하는 등 규제에 들어갔다. 파생결합펀드(DLF) 환매연기 등 사모펀드 사태가 벌어지자 내린 조치였다. ELT는 주가연계증권(ELS) 신탁형 상품으로, 금전신탁에 포함된다. 통상 6개월 만기로 가져가면서 판매수수료와신탁보수를 1년에 2번 받을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탁 수수료와 보수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상품으로 통한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당국의 규제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각 은행의 ELT 판매 규모의 상한선을 DLF사태 직후인 2019년 11월 해당 은행의 판매 잔액으로 정한 것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에 크게 유리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민은행은 신탁 자산 가운데 금전신탁 비중이 높았고, 이 가운데서 ELT 규모가 크다. 2019년 1~11월까지 국민은행이 판매한 ELT 규모도 18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보다 8조원 넘게 많은 액수다.

규제의 효과가 올해 1분기 더욱 심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은 활황을 이어갔다. 주가 상승으로 ELT의 수익률도 호조를 기록했고, 중도 상환률도 크게 증가했다. 이 과정 속에서 국민은행이 이익을 크게 늘렸다. 또 사모펀드 사태에 상대적으로 덜 연루된 점도 이익 증대에 유리한 요인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가 상승으로 인해 ELT 중도상환과 재가입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하면서 신탁 이익이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규제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은 실적 방어를 위해 부단히 애썼다. 신한은행은 ELT 외에 다른 금전 신탁 자산을 늘렸다. 또 비대면 금전신탁 서비스도 시행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말 금전신탁 규모를 작년 말에 비해 1조원 넘게 늘었다. 금전신탁이익도 6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ELT 수수료를 늘리지 못하면서 신탁 실적 반등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방카슈랑스 수수료이익(73억원)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보험상품 판매가 줄어든 동시에 보험사가 은행에 지불해야하는 한 해 수수료를 월 별로 나눠 지급한 영향이다. 그 결과 펀드판매수수료이익(247억원)이 오랜만에 증가한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규제로 인한 어려움 계속될 듯···WM자산·운용실적 증대는 반전 기대요소 

신한은행이 당분간 국민은행의 WM수수료 실적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당분간 ELT 규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식시장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사모펀드 후에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다면 당국도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입장에서도 ELT 등 신탁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목적도 있다”라며 “시장 여건이 좋아지고 은행의 통제 체계가 개선됐다고 판단할 경우 ELT 총량 규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금전신탁이익이 증가한 점도 향후 수수료이익 증대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신탁자산 운용을 잘한 결과 고객에게 돌려주는 이익이 늘어나면 수수료 수익원도 계속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WM부문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신탁 자산과 함께 이익이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다”라며 “앞으로 고객 중심의 관점에서 다양한 상품을 마련해 WM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