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지출 얼마나 늘려야 할까···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금주내 국가재정전략회의 예정···정부 재정정책 기조 변화 관심 전문가, 국가 부채 증가 속도 우려···지출 축소엔 의견 엇갈려

2021-05-26     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앞두고 확장재정 기조를 바꿀지 주목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나라 빚이 가파르게 느는 것은 위험하기에 선제적으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코로나 사태가 완전 종식되지 않는 상황이라 아직은 돈을 풀 때라는 반론이 맞선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이번 주 후반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1~2025년 국가재정 운용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최근 3년간 예산 지출을 전년 대비 9% 내외로 늘려 편성해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증가율이 4%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극적인 확장재정을 펼쳤다는 해석이다. 

최근 국가 채무와 재정적자 수준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라 내년에도 기존과 같은 수준의 예산 지출 증가율을 보일지 관심이다. 예산 당국은 내년 국가채무가 1070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나라빚 626조9000억원과 비교해 400조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면서도 국가채무에 대해서는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가 채무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예산 지출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정식 "확장재정 바람직, 예산 지출 증가세는 낮출 필요"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 상황에서 확장 재정은 바람직하지만 기존 정부 예산 지출은 증가세는 다소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지금 확대재정 정책을 쓰는 것은 맞지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중요하고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이 되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모든 경제정책은 비용과 편익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기가 부양되지만 과도하게 늘리면 국가부채가 늘어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외환위기와 같은 위험을 당할 수 있다"며 "내년이면 코로나 사태도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으니 비용을 감안해 재정지출 증가폭을 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우리나라 채무 수준은 크게 높지는 않지만 증가 추세가 너무 빠르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런 속도로 계속 늘어나면 2023년 이후부터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고령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연금 시스템이 미흡해 노후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복지 수요가 굉장히 커서 시간이 갈수로 재정적자가 늘고 국가 부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현재 저성장 국면이라 세수가 많이 늘어날 수도 없다"며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는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류덕현 "코로나 위기 계속, 확장 재정 기조 유지해야"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바꾸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올해 경제 회복세가 좋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내년까지도 완벽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코로나 위기로부터 상당히 벗어났다고 판단될 때까지는 확장 재정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럽은 정상화 기조를 빨리 가져오면서 재정건전화를 시도했지만 2011년 또 다시 위기가 닥치면서 안 좋은 상황이 계속됐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 교수는 "과거로부터 성장 추세를 보고 경제회복이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다면 그 때 재정정책 변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올해 대통령은 4% 성장 목표로 했지만 지난해 성장률 –1%와 평균을 내면 1.5%"라고 했다. 정상 궤도인 2.5~3%가 되려면 적어도 2022년까지는 봐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기조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류 교수는 "어제 손실보상법 공청회에서도 봤지만 정부와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의 수준이 다르다"며 "자영업 기반이 많이 약화됐기에 긴급재난지원금 수준으로도 어려운데 재정을 아끼자고 얘기할 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가채무와 재정적자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경제력이나 재정 여력을 봤을 때 감당할만한 수준"이라며 "재정건전성이란 용어보다는 지속가능한 재정이란 측면에서 봐야한다"고 했다. 과거로부터 쭉 내려온 부채가 있다면 앞으로 경제가 회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갚아나가는 것도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현재 국가 부채나 재정적자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상봉 "나랏빚 증가 가팔라, 내년 예산 지출 동결 줄여야"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최소 동결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이미 예산을 많이 늘려놓아 재정을 많이 쓸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 재정 지출은 동결하거나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금 정부가 재량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의무지출이 너무 많다"며 "그동안 국가 부채가 8%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예산을 늘려 왔던 정부 재정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관습적으로 하던 대로 재정지출을 하게되면 계속 슈퍼예산이 된다"며 "줄일 때는 줄이고 늘릴 때는 늘리는 방향으로 해서 내년에는 예산을 올해와 같은 수준이거나 일부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 속도와 관련 "너무 빨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사실 앞으로 쓸 돈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현재 정부 복지 예산은 충분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지금 복지 예산만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며 "주어진 예산 안에서 해결해야지 선거가 있다고 해서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정규철 "경제성장률에 비해 재정지출 증가율 과해, 개선해야"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그동안 정부가 경제 성장률에 비해 재정지출 증가율이 컸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내년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본다"며 "전년대비 재정지출을 9% 증가한다는 것은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훨씬 큰 규모"라고 언급,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출은 한 번 늘어니기 시작하면 그걸 줄이는 건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 실장은 "코로나 사태로 지출을 많이 늘렸기 때문에 그걸 어느정도 보충하는 정책을 이제 보여줘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재정건전성을 상당히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내년 정부 재정을 기존 확장재정보다는 타이트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KDI는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재정 정책에 대해 "국가채무의 높은 증가세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재정 대응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급증한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국가채무 증가세를 통제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성은 "확장재정 증가 불가피했지만 비효율적 지출 너무 많아"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 재정지출이 비효율적인 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코로나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지출이 있었지만 정부 초기부터 너무 비효율적인 지출이 늘어났다"며 "각 재정 지출 사업들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은 채 확장 기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써야 할 돈은 써야 하지만 지금까지 지출을 절감해야 할 필요성가 너무 누적돼 왔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확장 정책을 펴야 한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부채관리나 국가채무 관리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입 증대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최 위원은 "국세 수입은 GDP에 대비해 탄력적인 부분"이라며 "우리 경제가 좋은 성장세를 보인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세수 증가 부분에 대해 확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봤다. 

최 위원은 "국제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지금까지는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근래 너무 급증한 것은 사실이라 이제는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향후 확장재정 외에 고령화 등으로 국가부채가 자동적으로 늘어날 구조라는 지적이다. 최 위원은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데 미리 선제적으로 방어하지 않으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자연적으로 나라빚이 늘어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부채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