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커지는 금융지주 ‘중간배당’···하나금융, 올해도 앞서가나

보통주자본비율 ‘1위’ 올라서 배당여력 증대로 경쟁 주도권 잡나

2021-05-26     유길연 기자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이어진 호실적과 함께 꼼꼼한 건전성 관리를 통해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자본비율을 달성했다. 이에 하나금융은 올해 금융지주 가운데 벌어질 ‘중간배당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 보통주자본비율 2.03% 급등···‘실적은 늘리고 리스크는 줄이고’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3월 말 보통주자본비율은 14.07%로 지난해 말(12.04%)과 비교해 2.03%포인트(p) 상승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덕분에 하나금융은 가장 높은 보통주자본비율을 기록했다. 최하위인 우리금융(10.0%)와 비교하면 4%p 넘게 차이가 난다. 14%선을 넘은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위기 시 금융지주의 손실흡수력을 측정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지표 가운데 하나다. 분자는 자기자본이 되고 분모는 금융지주의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이 된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자본의 질적 측면을 측정하기 때문에 최근 주요 국가의 금융당국은 이를 중요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위험가중자산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인 바젤Ⅲ 신용리스크 개편안을 도입하지 않고도 보통주자본비율을 관리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올해 바젤Ⅲ 개편안을 도입하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이 크게 올랐다. 바젤Ⅲ 개편안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도입하면 자본비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자료= 각 사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하나금융은 지난해 위험가중자산 증가를 최소화한 덕에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작년 은행권은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을 크게 늘려 위험가중자산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나금융은 대출채권 잔액이 10% 증가했지만 위험가중자산은 8% 늘어나는데 그쳤다. 1년 전인 2019년에만 해도 하나금융은 대출채권보다 위험가중자산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을 비춰보면 리스크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나금융이 위험가중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량차주 중심의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담보비율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과 가계대출을 늘려 건전성을 개선했다. 이와 함께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성(RoRWA)를 검토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한 점도 큰 도움이 됐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RoRWA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지난해 비은행부문의 약진에 힘입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간 점도 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인이었다. 하나금융의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올해 1분기 순익도 작년 동기 대비 30% 급증했다. 

하나금융은 2분기에도 높은 수준의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작년 만큼 급격한 대출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낮은 동시에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NIM) 상승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험가중자산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은행권, 일제히 중간배당 나설 듯···하나금융, 높은 자본비율로 배당경쟁서 승리하나  

하나금융이 높은 보통주자본비율은 향후 진행될 금융지주 사이의 중간배당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지주를 상대로 올해 6월 말까지 배당을 줄이고 손실흡수력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만일에 발생할 대규모 부실사태에 대비하라는 취지였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는 배당성향을 일제히 낮췄다. 

당국이 약속한 기한이 다가오자 금융지주들은 중간배당 혹은 분기배당을 위해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배당을 줄인 만큼 올해는 중간배당을 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간배당을 시행한 적이 없는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도 중간배당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배당 축소 기간이 끝나가는 만큼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다시 진행해 배당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테스트는 작년보다는 덜 엄격한 기준에 의해 진행될 예정으로 전해져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를 더욱 키우고 있다. 

중간배당은 쟁쟁한 은행주 가운데 하나금융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행사였다. 하나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매해 중간배당을 진행하면서 주주가치 극대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간배당을 실시하면서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금융지주도 중간배당과 분기배당을 추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높은 보통주자본비율은 배당 규모를 결정하는데 있어 유리한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는 배당을 결정하는데 있어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 규모와 함께 자본적정성 지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 배당금이 빠져나가면 자기자본이 줄어 그만큼 자본비율 지표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은 한 번 하락하면 개선이 쉽지 않아 배당과 같이 자본유출이 일어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작년 신한금융이 분기배당을 결정하는데 있어 자체적인 기준으로 ‘보통주자본비율 12% 유지’를 내세운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올해 중간배당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최근 실적도 증가하고 있고, 자본비율도 높은 만큼 최적의 배당규모를 결정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