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옥중이었는데 다른 결과··· LIG구본상 ‘기소’, SK최태원 ‘불입건’

구본상 ‘지시·공모’ 증거 질문에 검찰 “법정에 제출하겠다”

2021-05-26     주재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수감 중 불법적인 과정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이유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입건조차 하지 않았던 검찰이 유사한 상황에 있던 구본상 LIG그룹 회장은 기소한 배경이 주목된다. 검찰은 수사관련 증거를 외부에 공표할 수 없다며 구 회장의 지시·공모 증거는 법정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SK그룹 2인자’로 꼽히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관계자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012년과 2015년 SK텔레시스가 자본잠식 등으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였음에도 SKC 사외이사들에게 허위 또는 부실 보고서를 제공해 900억원을 투자하게 하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다.

최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조 의장까지 검찰 수사가 뻗어갔지만, 최 회장은 입건을 피했다. 검찰은 서면조사를 통해 최 회장이 유상증자를 승인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불법적인 과정을 보고 받거나 지시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며 입건하지 않았다. 이번 수사의 시작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구속기소)과 공모했다고 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2012년 유상증자 당시 최 회장이 2000억원대 횡령·배임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던 점, 2015년 유상증자 당시에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 받아 수감중이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수감중이었다는 점을 거론한 검찰의 불입건 배경 설명은 지난해 말 1330억원대 탈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구본상 LIG그룹 회장의 무죄 주장과 유사하다.

구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식매매과정에서 양도세 등 조세부담을 피하기 위해 속칭 ‘다운계약’인 저가매매로 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허위 금융거래로 주식양도가액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공소사실 시점은 구 회장이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범죄로 수감 중이던 시기와 겹친다. 그는 2012년 11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2심에서 징역 4년을(2014년 4월 대법원에서 형 확정)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실제 구 회장의 변호인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기일에서 “당시 수감돼 있었다. 수감 중 부정행위를 모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교도관은 수용자 접견내용을 청취·녹화할 수 있는데 피고인들은 중요 수감자들이어서 항상 기록이 청취·녹화돼 허위 서류 작성 등 부정행위를 모의할 수 없었다”고 공모 가담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구 회장은 또 구자원 전 명예회장 등 윗항렬 형제들에 의해 주식매매가 결정됐고, 실무는 재무관리팀이 진행해 본인은 해당 내용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사건과 LIG그룹 사건은 기소청, 혐의, 사실관계가 모두 다르지만 ‘수감 중이어서 구체적인 공모나 지시를 할 수 없었다’는 (구 회장 측) 무죄 변론에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이 근거도 없이 (구 회장을) 무리하게 기소를 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SK텔레시스가 부실한 회사인 것을 알고도 유상증자를 승인했던 최 회장을 불입건 한 검찰 수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구 회장을 기소한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공모나 지시 근거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증거관계 등 입증자료는 법정에 제출할 예정이다”며 “증거관계 등을 외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본상 LIG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