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철강價 인상·개소세 종료···겹악재에 車 판매 상승세 제동 걸리나

원자재 수급 부족 및 가격 상승으로 車 가격 오를 가능성 높아 이달 수입차 재고 부족으로 할인 최소화···소비자 체감 가격 올라 내달 개소세 혜택 끝날 경우 자동차 구매부담 커져···혜택 연장 목소리도

2021-05-26     박성수 기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부족, 철강가격 상승,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인해 차 가격 상승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 심리와 신차 효과 등으로 이어진 자동차 호황이 악재로 인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국내외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전날부터 5일간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기아도 오는 27~28일 미국 조지아 공장을 중단한다.

국내의 경우 현대차는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나흘간 아산공장을 휴업했으며, 이달 24~26일에도 가동을 멈췄다. 17~18일에는 울산 5공장 2라인을 휴업했다. 같은 날 기아도 광명 소하리 2공장을 멈췄다. 한국GM의 경우 지난 2월부터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으며, 이달에는 창원공장도 50%만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은 전년대비 20% 이상 올랐으며, 부품 업체들은 여기에 추가로 웃돈까지 얹어 물량을 구하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부품 수급 문제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동차 출고기간도 지연되고 있다. 이에 신차 대신 중고차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중고차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신차 가격 인상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이미 자동차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평균 가격은 3만7572달러로 전년대비 7% 올랐다. 중고차 평균 판매가격도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6.7% 상승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자동차 딜러들이 최근 신차 재고가 줄어들면서 소비자 대상으로 각종 할인 행사를 하지 않으면서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서도 수입차를 중심으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BMW 5시리즈의 경우 올해 초 1000만원 상당의 할인을 제공했으나, 이달에는 할인폭이 대폭 줄었다. 반도체 문제로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지면서, 할인을 늘릴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기 모델의 경우 2~3개월 이상 대기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 뿐 아니라 다른 수입차 브랜드도 비슷한 상황이며, 물량 부족으로 인해 할인행사를 축소해 소비자 체감 가격대가 올라가고 있다.

반도체 뿐 아니라 또다른 원자재인 철강가격 인상도 부담이다. 중국과 호주간 갈등으로 철광석 가격이 폭증하며 지난 6일에는 톤당 200달러 선을 넘은데 이어, 12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톤당 237.57달러까지 올라갔다.

최근 철광석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철강제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소재로 쓰이는 철강제품인 열연강판의 경우 1월말 유통가격은 톤당 88만원이었으나, 지난달 110만원으로 오른데 이어 이달 21일에는 130만원을 넘어섰다. 불과 4개월만에 47%나 오른 셈이다.

자동차 가격에 철강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지 않아 철강재 가격 급등에도 차 가격 상승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워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아울러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에 따라 자동차 구매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 현재 자동차에 부과되는 개소세율은 3.5%로 기준세율(5%)의 70%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가 우려되자 상반기 개소세율을 기존 대비 70% 인하한 1.5%로 낮췄다. 이후 하반기에는 인하폭을 30% 줄였고, 올해 상반기까지 혜택을 연장했다.

하지만 현재 정책으로는 오는 7월부터는 개소세율이 5%로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큼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선 내수 진작 효과가 입증된 개소세 인하 조치를 계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개소세 70% 인하 이후 내수 판매는 전년대비 15.9% 늘었으며, 금액으로는 2조6178억원 규모의 판매 증가가 이뤄져 내수 경기에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 표=이다인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