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획은 기존 예상 수준···방미기업들 챙긴 성과는?

최태원 SK회장 재계 대표자격 광폭행보로 존재감 끌어올려 방미 일정 맞춰 美 재계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 제기 LG, 현대차도 저마다 네트워킹 통해 실익 챙겨

2021-05-24     엄민우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 오른쪽)이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대한상의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기업들이 각각 대규모 투자결정을 내놨다. 재계에선 사실상 이미 알려진 수준의 투자 계획보다 실제로 기업들이 방미를 통해 각각 얻은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4대그룹(삼성·현대차·LG·SK)이 밝힌 미국 투자규모는 약 44조원이다. 기업별로 뜯어보면 삼성전자 20조원, 현대차 8조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베터리 기업 약 15조원 등이다.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 ▲현대차 전기차 생산 및 미래차 인프라 구축 ▲LG에너지솔루션 GM합작법인 투자 ▲SK이노베이션 포드 합작투자가 골자다.

방미기간에 맞춰 발표된 SK이노베이션의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기존에 거론되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투자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다시 확실히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어쨌든 우리로선 미국 측에 당근을 제공할 수 있는 쪽은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리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방미를 통해 4대 그룹은 각각 소득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SK그룹의 경우 이번 경제인 미국방문이 의미가 남다르다. 업계에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특히 몸값을 올린 인물로 최태원 SK회장을 꼽고 있다. 최 회장은 유일한 총수기업인으로 참여했다.

SK 및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 회장은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을 만나 경제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미국의 대표적 경제단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의 조슈아 볼튼 회장, 미국 유명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등과 잇달아 회의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대한상의 회장으로서의 일정을 소화하며 동시에 SK그룹의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4대 그룹 중 자타공인 글로벌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 LG, 현대차 등에 비해 SK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해외엔 덜 알려진 기업으로 여겨졌다. 경제단체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최 회장의 행보로 SK가 향후에도 부수적 효과를 누릴 것이란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정상회담과 무관하게 바이든 정부의 잇단 초청으로 이미 미국정부와 협력구도를 구축하고 있었다. 삼성과 관련해 의미 있는 관전 포인트는 미국 재계에서 제기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론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방미 일정에 맞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가 이 부회장 사면을 요구했다. 당사자인 미국 재계가 직접 이 부회장 사면을 요구하면서 사면이 삼성이나 경제외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LG나 현대차도 직접적으로 거론된 이슈는 없었지만 현지 네트워킹 등 보이지 않는 행보로 각각의 실리를 챙길 수 있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지난 2000년부터 미국에 투자해온 선도적 배터리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미국 고위 관료 및 현지기업들과의 만남을 통해 현지에서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구축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 계기였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노조의 반대에도 8조원 미국 투자계획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공영운 현대차 사장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직접 방문을 한 만큼, 현지에서 의미 있는 자리를 갖고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