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벤츠 마일드하이브리드 ‘시동 결함’···리콜 아닌 ‘무상수리’한다
벤츠 MHEV, 정차후 시동 걸리지 않는 현상 다수 발생 국토부 “벤츠, 전세계적으로 무상수리 진행 예정”···안전 운행에 영향 없어 무상수리 경우 보증 기간 제한돼 추후 소비자 피해 발생할 우려도 제기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MHEV) 시동 결함 문제와 관련,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가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의 경우 강제성이 떨어지는 데다 보증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한이 끝난 이후 결함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보호를 받을 수 없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시동 결함이 있는 MHEV에 대해 조만간 공개 무상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벤츠 MHEV 차주들 사이에서 정차 후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가입자만 40만명에 육박하는 한 벤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결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폭주하자, 별도의 목록을 개설해 분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차주들의 피해사례와 호소의 글도 수 백건이 넘게 올라오고 있다.
벤츠 MHEV 시동 결함 문제는 48V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차 후 배터리 경고등이 뜨면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의 경우 주행 중 시동이 꺼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재 벤츠에서 판매 중인 48V 배터리를 탑재한 MHEV는 E350 4매틱, E450 4매틱, E450 4매틱 카브리올레, E450 4매틱 쿠페, AMG E 53 4매틱+ 쿠페, AMG E 53 4매틱+, CLS 450 4매틱, AMG CLS 53 4매틱+. GLE 450 4매틱, GLS 580 4매틱, AMG GT 43 4매틱+, S580 4매틱 등 12종이다.
하지만 아직 시동 결함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선 배터리 용량문제, DC/DC컨트롤러 및 컨버터 문제, 배터리 접촉 불량 등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며, 배터리 교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주들은 시동 결함 차량에 대해 리콜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건은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벤츠 MHEV 시동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 받았으며, 벤츠에서 곧 전세계적으로 무상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면서 “그 때 국내도 함께 무상수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리콜이 아닌 이유에 대해서는 “시동 결함이 안전 운행에는 영향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벤츠와 국토부에서 확인한 MHEV 시동 결함 문제는 주행중 시동 꺼짐 현상이 아닌 정차 후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로, 차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안전 운행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파악된 사례가 없으며, 만약 해당 결함이 사실이라면 조사후 별도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 리콜은 자동차 또는 자동차부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다.
리콜과 무상수리 모두 제조사가 돈을 받지 않고 결함을 해결한다는 점은 같다. 다만 시정 기간에 차이가 있다. 리콜의 경우 결함과 관련해 기한 제한 없이 모든 차량이 조치를 받을 때까지 진행되지만, 무상수리는 제조사가 정해둔 기간까지만 실시하며 기한 이후에는 제조사 결함이라도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국내에선 자동차 결함과 관련해 무상수리 대신 리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과거 무상수리의 경우 차주들에게 고지 의무가 없어 소비자 스스로 결함을 확인해 정비를 요청해야 했다. 2018년부터 무상수리도 고지 의무가 생기긴 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보증 기간이 제한돼있기 때문에 여전히 리콜보다는 제조사 부담이 적은데다 기한 이후 발생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
벤츠 MHEV 시동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리콜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재팬은 지난 3월 24일 C200 등 48V 배터리를 탑재한 MHEV 31개 차종·2만8361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일각에선 이번 벤츠의 무상수리 정책에 대해 국내 리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제작사들이 차량 결함을 발견해 선제적으로 리콜하는 자발적 리콜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라며 “다만 아직까지 한국은 리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 제조사들이 리콜 대신 무상수리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