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계속되는 ‘문송합니다’···공채 대신 디지털·IT 수시채용 중심

우리은행, 디지털·IT부문 신입행원 채용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만 상반기 공채 실시 비대면 금융 전환 영향···준비된 인재 적기에 뽑는 ‘수시채용’ 선호

2021-05-20     김희진 기자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에서 각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온라인으로 비대면 면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은행권 전반에 금융의 디지털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공채 대신 IT부문 중심의 채용이 진행되는 등 채용 트렌드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시중은행 채용 시장에 문과생이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디지털·IT부문 신입행원 채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채용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두 자릿수 규모를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채용에서는 전형과정에 금융·디지털 트렌드로 구성된 필기전형 및 데이터 분석능력, 논리적인 사고력을 종합평가하는 ‘디지털 인사이트 인터뷰’를 새롭게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채용되는 디지털·IT부문 신입행원 전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채용된 신입행원 전원은 카이스트(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의 디지털금융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필요한 핵심역량을 기른 후 디지털·유관부서에 배치될 예정이다.

여타 시중은행들도 상반기에는 정기 공채 대신 비대면 금융 확산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흐름에 맞춰 디지털 부문에 필요한 인재를 수시로 모집하는 형태의 채용을 선호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디지털·ICT 부문 수시채용 서류 접수를 실시했다. 직무별로 살펴보면 ▲신기술 활용 서비스 발굴 및 개발 ▲모바일 채널 서비스 개발 및 운영 ▲뱅킹 서비스 개발 및 운영 ▲정보보호 분야에서 두 자릿수 규모를 채용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리브모바일 플랫폼 관련 서버 개발, 개인여신심사 개발전문가, 클라우드서비스 서버개발 등 IT 개발 부문에서 전문직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지역인재 신입행원 공채’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채용 규모는 두 자릿수이며 필기전형에는 디지털 소양 평가를 위한 TOPCIT(Test of Practical Copetency in ICT) 비즈니스영역 문제도 함께 출제될 예정이다. 지역인재 채용에서도 디지털 역량이 핵심 평가 기준으로 대두된 것이다.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상반기 공채를 확정 지은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농협은행은 지난 2월 340명 규모의 상반기 공채를 실시한 바 있다. 이외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지난달 모집공고를 내고 상반기 신입 행원 100명 공채를 진행 중이다.

그간 은행권은 상경계열 등 문과 졸업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직군으로 꼽혔으나 최근 들어서는 은행에서도 문과보다 이과 출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인문계열 졸업생의 취업이 특히 어려워지는 소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금융 가속화로 대면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은행들이 공채 대신 비대면 금융 서비스 개발에 투입될 디지털·IT 부문 인재 채용에 더 힘을 쏟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전체적으로 디지털 부문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라며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수시 채용을 통해 디지털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수급하고 준비된 인력을 채용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보니 기존의 정기 채용보다 전문직 수시 채용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