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LG도 가는데···노조 반발 부딪힌 현대차 미국투자

바이든 정부,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카’ 강조···기업들 투자 유인 커져 미국 8조원 투자계획에 반대 입장 밝힌 노조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

2021-05-18     엄민우 기자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현대자동차의 미국 투자계획에 경고등이 켜졌다. 현대차 및 기아 노조가 국내 공장에 투자하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문으로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현대차가 투자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의 미국 투자계획에 반대하며 국내 공장을 강화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 시장에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하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투자 계획에 업계 시선이 집중됐다.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 등과 함께 따로 초청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해 현지 폐배터리 재활용산업 시장을 선점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조지아에 배터리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꼭 바이든 정부 때문만이 아니라, 시장규모 등을 고려해도 미국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들에게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복수 재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현대차도 비슷한 이유로 미국 투자에 나서려 했다. 바이든 정부가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카’를 강조하는 상황 속에 미국에서의 미래차 투자는 현대차로선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차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은 “현대차의 미국 투자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고 그렇게 금액이 큰 편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계획은 삼성전자 오스틴 증설 투자규모(20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경우 다른 시장들을 공략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는 출범 이후 해외시장 중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 미국 시장 안착 후 캐나다, 중동 등으로 영토를 넓혀 나갔다. 전기차로 시장 판도가 바뀌는 시기에 현지 공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전략이었으나 일단 노조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