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확보’ 이재용과 ‘총수등극’ 정의선, 남은 과제는?
지분 상속으로 지배력 강화한 이재용 부회장, 삼성생명법 대비해야 하는 상황 정의선 회장, 총수로 공식인정 받았지만 순환출자 문제 마지막 과제로 남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분 상속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동일인(총수) 지정으로 선대 회장의 후계자임을 인정받았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완전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한 가지씩 과제를 남겨둔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물려받았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구조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삼성전자 장악력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물려받은 직후 삼성생명 주가도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지분은 홍라희 여사와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나눠 홍 여사가 삼성전자 개인 최대 주주가 됐지만, 사실상 이 역시 이 부회장 체제 강화라는 해석이다. 삼성사정에 정통한 재계 인사는 “홍라희 여사는 이 부회장의 조력자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은 이번 상속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고히 하게 됐지만 변수가 남아 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개정안)’이다. 해당법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 계류 중인 상태다. 해당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상당수를 처분해야 하고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 삼성생명 주식을 받아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 의미가 퇴색된다.
현재로선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팔아 삼성생명이 처분하게 될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또 세금을 크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회장으로 승진하며 이 부회장과 차별적인 행보를 보인 정의선 회장도 난제를 남겨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정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쉽게 말하면 정 회장을 곧 현대차그룹의 총수로 공식 인정하고 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식적으로 현대차 그룹의 총수임을 인정받았지만, 정 회장은 지배구조가 아킬레스건이다. 현대차는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 정권 들어 현대모비스를 통해 이 복잡한 구조를 개선하려 했으나 과거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 구조를 단순화해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것이 정 회장의 과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정의선 회장이 실탄을 확보한 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실탄 확보 방식으로는 11.72%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등이 거론된다. 특히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정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과거 사례를 참고해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단 적절한 타이밍을 살펴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