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품질불량’ 집단소송, 통신3사 고의·과실 여부가 승패 가른다
법무법인 주원,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예고 김진욱 변호사 "서비스 1년 전부터 준비 부족 인식" "통신3사, 기지국 부족 등 설명했다면 5G 가입 적었을 것"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5G 이동통신의 품질불량을 이유로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은 이동통신사 3사가 서비스를 고의 또는 과실로 이행하지 않은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대리인은 5G 서비스 시작 전부터 이통3사가 준비부족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었다며 피해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주원의 김진욱 변호사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상대로 민법상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과 네이버 카페 ‘5G 피해자모임’ 등을 통해 5월까지 원고를 모집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9년 4월 세계최초로 서비스가 시작된 5G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애당초 이용자들에게 광고·고지한 것과 달리 그 품질이 떨어지는 데서 비롯됐다. 당시 3사는 5G 속도가 20Gbps가 될 것이라며 ‘4G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라고 홈페이지에 표시광고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품질 평가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통신 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90Mbps로 나타났다. 처음 선전한 이론적 수치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속도다.
5G 기지국 역시 약 14만개로 전체 기지국의 10%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5G 단독 모드(SA) 방식이 아닌 4G망을 함께 쓰는 비단독 모드(NSA)로 구축돼 있다. 5G 이용 중 주파수 자원이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4G로 전환이 되는 것이다. 대형 쇼핑몰 같은 데이터 집중이 이용되는 핫스팟에서 이러한 불안정성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72소비자상담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G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유형은 ‘통신품질 불량’이 32.3%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중복응답)에 따르더라도 체감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52.9%에 달했으며, 커버리지 협소(49.6%), 비싼요금제(48.5%) 평가가 뒤를 이었다.
김 변호사는 현재 5G서비스가 ‘불완전이행’에 따른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며, 채무불이행이 인정되는 요건인 ‘채무자의 고의·과실’ ‘채무불이행 사실’ ‘그로인한 손해발생 사실’ 모두가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먼저 이통 3사가 5G 망투자 어려움을 사전에 알고도 무리하게 상용화를 추진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서비스 시작 1년 전인 2018년 4월 과기정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5G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존 LTE망 대비 4.3배 이상의 기지국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며 “이론상 430만개의 기지국이 필요한데 현재 기지국 수가 14만개에 불과하다. 이통3사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는데도 홈페이지에 광고를 했고, 이는 불완전이행에 대한 고의와 준비부족에 대한 인식이 존재했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기지국 부족, 커버리지 부족, 건물 내 송수신 장비 부족, 주파수 특성 등에 대한 자료를 근거로 불완전이행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계획이다”며 “통신3사는 기지국 설치를 열심히 늘리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 자체로 기지국 부족과 불완전이행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이통 3사가 약관규제법이나 표시광고법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준비부족을 설명했다면 5G 서비스를 가입할 이용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통해 5G 접속 실패 자료 확보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실제 접속 실패 이력 자료를 갖출 계획이며, 5G 서비스 가격이 4G에 비해 2배에 달하는 점 등을 근거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요금제를 비교했을 때 5G는 보통 10만~12만원 수준으로, 4G의 월 5~6만원의 두 배 가량이며 1년 기준으로 최소 100만원~15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밖에 4G 단말기를 사용했을 경우 이용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 등도 손해배상액 산정에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의사를 밝힌 이용자는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자료 수집, 소송비용 지급 등 행정절차를 걸쳐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