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확보한 롯데쇼핑, 부진한 롯데온 체질개선 시도?

롯데쇼핑,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지분 15% 전량 매각 출범 1주년 롯데온에 사용할지 주목···“다양한 방안 검토 중”

2021-04-23     한다원 기자
롯데온이 오는 28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 사진=롯데온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쇼핑이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지분 15% 전량을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유입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롯데가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출범 1주년을 맞는 롯데온에 사용해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고 서비스 강화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3일 롯데쇼핑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지분 15% 전량을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8312억9600만원이다. 롯데쇼핑은 앞서 비효율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지난해 11월 부동산을 롯데리츠에 추가 양도해 약 7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이번 유입된 자금을 유통 부문에 적극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온은 오는 28일 출범 1주년을 맞지만 아직까지 롯데가 이커머스 사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못낸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출범 당시 롯데온의 핵심 경쟁력으로 데이터, 점포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 75%에 달하는 3900만 롯데 회원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다만 롯데온은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 미미한 경쟁력과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래액 부분에서도 지난해 기준 롯데온은 7조6000억원에 불과헀다. 네이버 30조원, 쿠팡 22조원, 이베이코리아 20조원, 11번가 10조원 등 경쟁 이커머스 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 롯데온은 출범 첫날부터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이후 로그인, 결제창 오류, 주문 누락, 오배송 등 문제가 이어지자 소비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이에 롯데는 그룹의 미래와 사업 전략 측면에서 이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고, 이달 들어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의 새 수장으로 앉혔다.

나 대표는 현재 내부에서 롯데온 체질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나영호 대표는 첫 출근날 전 사원에게 “롯데그룹이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그에 걸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나 대표는 롯데닷컴 창립 멤버이자 현대차그룹, LG텔레콤, 이베이코리아 등을 거친 이커머스 전문가로 불리는 만큼 무엇보다 롯데온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국에서 업무를 보고 받고 있는 신동빈 회장도 롯데온의 변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오는 6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 전까지 한국에 머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6월 말까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 관련 계열사들과 적극 논의해 결론을 낼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없이는 사실상 롯데온이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 경쟁사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롯데온 대표를 1년 만에 바꾼 이유는 그만큼 이커머스 사업 경젱력 제고가 절실하다는 의미”라며 “새수장인 나 대표는 이커머스 전문가인 만큼 롯데온을 개선하는 동시에 인수전에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온이 출범 초기보다는 고객 수나 사업 측면에서도 많이 개선됐다”며 “내부적으로도 롯데온 개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입된 자금 활용법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며, 최근 유통 핵심이 이커머스인 만큼 이커머스를 포함해 어떻게 사용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