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 가격’에 꽂힌 유통가

쿠팡부터 시작된 경쟁···온라인은 무료배송, 오프라인은 최저가격 제공

2021-04-15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 4월 들어 유통업계는 ‘최저가’·‘무료배송’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쿠팡이 모든 고객에게 무료 로켓배송을 제공하면서다.

지난해 유통업계의 화두는 ‘비대면’이었다면, 올해는 ‘최저 가격 경쟁’인 듯하다. 쿠팡이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회원에게만 제공했던 모든 제품 무료배송을 모든 고객에게 적용하기로 하면서, 이커머스는 무료배송, 오프라인을 주로 하는 대형마트들은 최저 가격을 선보이고 있다.

쿠팡이 무료배송을 시작하자 11번가도 평일에 한해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채소·과일·수산 등 60여 가지 식품을 1년 내내 최저가 판매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도 오는 18일까지 메가세일에 나선다.

이마트는 기한을 한정하지 않고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도입했다. 생필품 500개를 대상으로 쿠팡·롯데마트몰·홈플러스몰 등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만큼 e머니를 통해 차액을 보상해주는 것이다. 롯데마트도 이날부터 동일한 제품에 한해 할인 판매 및 해당 상품을 롯데마트GO를 스캔해 결제 시 엘포인트 5배를 적립 해준다.

이처럼 유통 업체들이 최저가를 외치는 데는 쿠팡이 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상장으로 5조원 자금을 얻은 이후 물류센터 강화, 인력 채용에 재투자하며 몸집을 크게 불리고 있다. 빠른 배송, '온라인=저렴하다'는 인식에 쿠팡으로 몰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유통업계의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다만 빛이 있다면 그늘도 있기 마련이다. 최저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업계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마케팅 비용 등의 증가로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10년 전 대형마트 3사가 최저 가격 경쟁을 벌이다 중단한 이유기도 하다.

특히 유통사들이 중소 납품업체들에게 가격 인하 압박 등의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필품 납품가 가격 차이는 커봤자 100원정도”라며 “결국 최저 가격 경쟁은 각 사들이 유통 마진을 최대로 줄이는 일명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상장으로 인한 유통업계 지형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결국 쿠팡으로 인한 위기감이 반영된 최저 가격 경쟁은 출혈경쟁일지, 매출 상승효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쳐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