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3년 만에 非오너 대표 앉힌 삼진제약···“사업다각화로 매출 증대”
최승주·조의환 회장 퇴진, 전문경영인 2명 대표···영업익 등 작년 경영실적 부진 일반약·건기식·의료기기가 다각화 주축···삼진제약 “성과 논하기 일러, 단계적 추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창립 53년 만에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만 대표이사를 꾸린 삼진제약이 향후 경영실적을 호전시킬지 주목된다. 삼진은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가 사업다각화 주축이며 단계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68년 4월 18일 설립된 삼진제약이 창립 53주년을 맞았다. 삼진은 창립기념일이 휴일인 관계로 내일(16일) 휴무할 예정이다.
앞서 삼진제약은 지난달 하순 정기주주총회를 갖고 대표이사를 최승주, 조의환, 장홍순, 최용주 4인에서 장홍순, 최용주 2인으로 변경했다. 삼진제약은 지난 2019년부터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운영하는 등 그동안 창업주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이 대표에 포함됐었다.
오너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만 대표에 임명한 것은 삼진제약 창립 53년 만에 최초다. 이같은 경영진 교체는 단순히 최 회장과 조 회장 나이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실제 1941년생인 최 회장과 조 회장은 올해 80세를 맞았다. 이에 지난해부터 최 회장, 조 회장 퇴진과 2세 그룹의 경영진 취임 가능성이 관측됐다. 최근 새롭게 구축한 장홍순 대표와 최용주 대표 체제가 오는 2022년 3월까지만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이에 기반한다. 다만 삼진제약 관계자는 “경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전문경영인으로만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삼진제약을 둘러싼 분위기는 2세 경영이나 대표이사 교체 등을 논의하기에는 여유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부진한 경영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지난해 2351억6500만원 매출과 322억4200만원 영업이익, 278억7900만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2.8% 하락, 28.2% 하락, 134.7% 증가한 실적이다. 특히 영업이익이 지난 2019년 448억9700만원에서 1년 사이 126억5500만원 하락한 부분은 삼진제약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업이익률 역시 마찬가지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13.69%를 기록했다. 다른 제약사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전년(18.56%)에 비해 부진한 상황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16.35%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이와 관련, 삼진제약 관계자는 “대규모 시설투자와 인력 채용, 마케팅 투자 등이 겹쳐 한시적으로 영업이익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진제약은 매출 보전을 위해 수년전부터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지난 2019년 7월 성재랑 전 보령컨슈머 상무를 영입함과 동시에 컨슈머헬스본부를 설립한 것이다. 컨슈머헬스본부는 일반약 활성화와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약외품 사업을 진행해왔다.
일반약 활성화 핵심은 게보린이다. 삼진제약은 지난 2019년 12월 성분과 제형을 달리한 ‘게보린소프트연질캡슐’ 품목허가를 받는 등 게보린 라인 확대에 주력해왔다. 현재로선 삼진제약 사업다각화 주축은 일반약 활성화와 건기식, 의료기기 사업으로 분석된다. 의료기기 사업은 마케팅본부가 맡아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삼진제약은 지난해 10월 삼성SDS 디지털헬스사업부가 분사해 만들어진 스타트업 웰리시스와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 패치 ‘S-Patch Cardio’에 대한 사업 협력 및 투자 협약을 맺고 후속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삼진제약은 최근 시설투자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오송공장 시설 증설을 위해 680억원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주사제 이전을 통한 EU-GMP급 주사제 라인 구축 및 원료합성공장 생산능력 증대가 목표다. 지난 2019년 9월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건립을 시작한 중앙연구소에도 투자 규모를 늘렸다. 2017년 4월 서울주택도시공사에 토지 분양대금 66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신축 투자금액도 당초 306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증액을 확정했다.
삼진제약에 대한 직원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삼진제약 직원들 평균 근속년수는 12.0년이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 중 동화약품(13.0년)과 유한양행(12.3년)에 이어 높은 수준이다. 직원들 평균급여도 유한양행(9000만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8300만원), 한국콜마(8000만원)에 이어 삼진제약이 7700만원대로 상위권에 속한다.
하나제약 오너 일가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삼진제약 주식을 사들여 평가손익 약 8억원을 기록한 것은 삼진의 투자가치를 증명했다는 분석이다. 삼진제약은 사업다각화를 추진한지 2년도 채 안 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다각화 성과를 논하기에 이르며 향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진제약은 항혈전제 플래리스 등 주요품목군에서 벗어나 매출과 수익을 다변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같은 과도기를 슬기롭게 진행하려면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단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