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기업까보기] ‘기술개발’ 네이버 vs ‘기업쇼핑’ 카카오
매출 대비 R&D 비중, 네이버 25.1% 카카오 12.9% R&D 집중해 내실 다지는 네이버 M&A 추진해 외형 넓히는 카카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지난해 네이버와 카카오 매출이 나란히 전년 대비 약 1조원씩 늘어난 가운데, 네이버는 카카오 대비 2.5배 많은 연구개발(R&D)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가운데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네이버가 2배가량 높았다. 이는 R&D 투자 집중(네이버)과 활발한 M&A(카카오)로 대표되는 국내 양대 포털의 사업 전략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9일 네이버와 카카오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는 연결 기준 매출 5조304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년 4조3562억원 대비 약 1조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성과는 쇼핑, 콘텐츠, 핀테크 등 신규 사업이 이끌었다. 쇼핑 부문 매출은 1조897억원으로 전년보다 37.6% 증가했다. 핀테크와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66.6%와 4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도 전년 대비 약 1조원 증가한 4조15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넘었다. 특히 플랫폼(광고·커머스·모빌리티·핀테크 등) 부문 매출(2조1459억원)이 처음으로 콘텐츠(게임·뮤직·유료 콘텐츠 등) 부문(2조108억원)을 앞질렀다.
카카오 실적 상승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광고·커머스 사업이 안착한 결과로 분석된다. 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등 신사업 분야 매출도 전년 대비 111% 증가한 5501억 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국내 양대 포털의 매출이 약 1조원씩 올랐지만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에서는 차이가 컸다.
네이버는 지난해 R&D 투자에 총 1조3321억원을 썼다. 전체 매출액의 25.1%에 달한다. 전년 1조959억원 대비 21% 늘었으며, 연간 영업이익 1조2153억원보다도 많은 수치다. 1년 동안 번 돈을 모두 R&D에 쏟아부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R&D에 총 5354억원을 썼다. 전년 대비 약 680억원 늘었지만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15.2%에서 12.9%로 하락했다.
반면 카카오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사세를 확장해왔다. 기업을 인수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부문은 다시 떼어내 독립시켜왔는데 이렇게 분사한 계열사는 또다시 M&A를 추진해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현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모빌리티의 법인택시회사 인수 ▲카카오게임즈의 엑스엘게임즈 인수 및 넵튠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e커머스 분야에서 카카오커머스와 카카오메이커스가 합병하고, 콘텐츠 부문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라는 통합법인으로 출범하는 등 카카오 계열사 간 합병도 활발하다.
카카오는 이처럼 활발한 M&A를 통해 올해 1월 말 기준 계열사 수를 105개까지 늘렸다. 거느린 계열사 수는 대기업 집단 중 SK그룹(14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카카오는 올해도 연초부터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와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의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하며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네이버도 올해 1월 캐나다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며 카카오 견제에 나섰지만 인수보다 R&D 투자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취했다. 지난해를 포함해 최근 5년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용 비중은 대부분 25%에 달했다. 연도별로 네이버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6년 25.1% ▲2017년 24.2% ▲2018년 25.13% ▲2019년 25.97% ▲2020년 25.1% 등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딥러닝 기반 동영상 인코딩 최적화’, ‘브이라이브 가상현실(VR) 플랫폼 개발’ 등 46개 과제의 기술 개발을 마쳤으며 블록체인 플랫폼, 다국어 처리 연구 등 현재 진행 중인 R&D 과제는 133개에 달한다.
향후 네이버는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을 30% 선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달 1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글로벌 도전에 대한 각오와 전략을 발표하면서 “현재 매출의 25% 수준인 R&D 비용 지출을 장기적으로 30% 선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