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기업까보기] 회장님의 골프장 투자, 호반 김상열 ‘나이스 샷!’ vs 부영 이중근 ‘미스 샷’
호반, 코로나19 터지기 직전 접근성 좋은 서서울CC 인수로 실적 스코어도 쑥 부영, 총 9개 구장 189홀 국내최다 보유 기록 불구 영업일수 부족 탓 실적 부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골프를 사랑하는 건설사 회장님의 한끝 차이 골프장 투자가 실적에서는 천리차이로 나타났다. 호반의 골프장 사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에 보탬이 되는 반면, 부영은 국내기업 중 골프장 홀수 기준 최다 보유 기록에도 불구하고 직전 해 대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국내 골프장이 해외 투어에 발목 잡힌 골퍼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지만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한 셈이다.
◇호반, 영업활동도 잘하고 덤으로 공시가 상승도 얻어
6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장업을 영위하는 호반(구 호반스카이밸리)은 호반건설이 45%, 호반프라퍼티가 45%, 김상열 회장과 배우자 우현희 씨가 각각 5%씩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제주 퍼시픽랜드, 경기도 이천 H1클럽(구 덕평CC)을 보유중이었는데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하반기 경기도 파주 서서울CC까지 사들였다.
호반은 국내 상당수 골프장이 그렇듯 코로나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골프장 사업 부문 당기순이익은 78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해인 2019년 실적인 44억7100만원에 견주어보면 77.2% 급증한 수준이다.
게다가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덕분에 땅값 상승도 덤으로 얻었다. 이 회사가 보유한 골프장 토지의 공시지가는 총 1102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기준 1138억원으로 36억원 뛰었다. 공시가 상승은 기업의 토지 보유세 부담을 키우지만 이점도 있다. 몸값이 높아지는 만큼 향후 매각을 시도할 경우 더 높은 값을 부를 수 있어서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자사가 보유하던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스카이밸리CC를 엔지니어링공제조합에 매도했는데, 업계에 따르면 시장 예상가보다 훨씬 높은 값인 홀당 68억원 안팎을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2019년 KLPGA 회장을 역임했고 장남 김대헌 호반건설 대표는 학부에서 골프를 전공할 정도로 골프에 각별한 관심과 애착을 보이고 있다. 호반가는 골프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각별한 사이인 것이다. 때문에 M&A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호반이 골프장 추가 매입에 손을 뻗을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과감한 배팅으로 고객잡기 나선 부영, 영업일수 부족으로 실적은 하락
골프 사랑으로 따지면 부영을 빼놓을 수 없다. 부영은 국내는 물론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9개 구장에 총 189홀을 보유 중으로, 보유 홀수으로만 보면 국내 기업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이중근 회장→부영→부영주택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이어 부영주택 계열사로 천원종합개발(마에스트로CC), 무주덕유산리조트, 오투리조트, 더클래식이 늘어서 있다.
부영이 골프장에 발을 들인지는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2008년 1월 제주부영CC 개장 이후 2011년엔 무주 덕유산을 인수했고, 2016년 2월에는 전격적으로 오투리조트, 마에스트로, 더클래식 3곳을 인수했다. 이밖에 직접 조성한 곳도 전남 순천에 순천부영, 나주부영 등이 있다. 골프가 대중화 될 것이라는 레저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다만 골프장 보유량과 실적은 별개로 보인다. 부영주택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액은 2019년 95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559억원으로 158% 치솟았음에도, 같은기간 골프장 수익은 145억원에서 119억원으로 17%가 감소했다.
이 두 회사의 골프장 투자 희비는 왜 엇갈렸을까. 일단 눈에 띄는건 골프장 위치와 용도차이다. 호반이 보유한 골프장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이천 파주 등 대부분 접근성이 좋은 경기도에 위치한다. 반면 부영주택이 보유한 골프장은 안성에 있는 마에스트로CC를 제외하곤 순천, 나주 등 전라도와 강원도 태백 등에 자리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 골프장업만 운영하는 호반과 달리 부영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리조트와 함께 운영하는 형태도 많아 실적 개선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호텔, 리조트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대해 부영 관계자는 “나주CC는 (한전공대 건립 이유로) 영업을 작년 9월까지만 했다. 순천CC는 페어웨이를 한국잔디로 교체하다 보니 수일 간 영업을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실적이 감소한 것이지, 투자전략이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골프장의 입지도 각각 신도시 바로 옆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골프장 투자에서의 승자는 호반인 듯 보여도 본업의 실적변화를 비교한다면 부영이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분양수익과 공사수익에서 직전해 대비 각각 3배, 2배 많은 매출을 올렸다.
반면 호반은 그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 기업인 호반건설은 아직 2020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은 상태이나 공사실적이 지난해 1조6719억 원으로, 전년(2조6928억 원)에 비해 39% 줄어든 만큼 업계에선 실적 하락을 예상한다. 또 호반건설은 건설사들의 성적표와도 같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발표에서도 뒷걸음질 쳤다. 2019년 시공능력평가 10위권에 첫 입성하며 저력을 과시했지만 2020년에는 12위로 두 단계 내려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