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SK이노 ‘배터리 밀당’ 본격화 되나
SK 미국시장 철수불사 의견에···LG “현금·로열티·지분 보상도 가능”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협상을 놓고 평행선을 걷고 있다. SK가 미국사업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존중하라고 압박했다. 업계는 양사가 협상을 위한 이른바 ‘밀당’을 본격화 한 것으로 해석했다.
11일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이사회는 최근 미국 ITC 최종판결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해 “문서삭제로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다투지도 못한 채 수입금지 조치를 받은 것은 경영진의 실책”이라 질책했으며 내부적으로 글로벌 소송 대응 체계 재정비 및 외부 전문가를 선입해 2·3중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고 알려진다.
또한 “경쟁사의 요구조건을 향후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3조원의 합의금이 과하다는 해석이다.
대통령 거부권 마감시한인 내달 10일 이후에는 ITC 판결이 효력을 발휘한다. LG와 협상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SK의 미국 배터리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이사회의 이 같은 태도는 미국사업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LG 요구대로 협상하지 않겠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북미시장이 유럽·중국 등과 더불어 글로벌 3대 배터리 시장임을 감안하면 ‘배수의 진’을 친 것과 다름없는 자세다.
이날 오후 LG에너지솔루션도 입장문을 냈다. LG 측은 “배터리 전 영역에 걸쳐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가 아쉽다”면서 “증거 인멸·삭제·은폐한 측에서 이를 인정하는 것이 합의의 시작이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협상을 진행해 온)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며 “현금·로열티·지분 등 주주와 투자자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다양한 보상방법이 가능할 것”이라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협상은 물론이고 미국사업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SK이노베이션이 비교적 강경한 자세를 취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LG 측은 SK의 이 같은 입장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협상을 위한 소통창구가 열려있음을 내비쳤다. 업계는 이 같은 두 회사의 입장이 합의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시그널’이라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립 중인 SK 입장에서 북미시장은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시장임엔 분명하다”면서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도 협상조건을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일종의 포석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LG 역시 소송과정에서 막대한 법무비용 지출과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면서 “조속한 협의를 통해 이번 사태를 매듭짓고자 하는 의지가 높을 것”이라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