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에 개인정보 필수?···소비자 보호 vs 개인정보 침해
공정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전자상거래 사업자에 C2C플랫폼 들어가고 책임범위 넓어져 스타트업 업계 “소비자 보호 취지와 다르게 개인정보 유출 및 사용자 위축 불러올 수도” 공정위 “이미 현행법에 플랫폼 사업자의 개인정보 제공 의무 있어”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스타트업 업계에서 새롭게 입법예고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중 신설된 조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개인간거래(C2C) 플랫폼이 전자상거래법 규제 안으로 들어갔고,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연대책임을 지는 등의 책임 범위도 넓어졌다. 이에 스타트업 업계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산업 동향이 반영되지 않은 개정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배달앱, SNS, 개인간거래(C2C)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 대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온라인플랫폼 운영사업자,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자체인터넷사이트 사업자로 정의됐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유통에 위해물품이 거래될 경우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리콜 이행에 협조해야하고, 광고나 검색‧노출순위를 구분해 표기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이용후기의 수집·처리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플랫폼 운영사업자의 책임소지도 늘어난다. 플랫폼 명의로 거래가 되거나, 결제 등을 직접 수행할 경우 소비자 피해를 입점업체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다.
스타트업 업계가 문제를 삼은 것은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인 C2C플랫폼이다. C2C플랫폼도 전자상거래로 새롭게 분류돼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이 새로 생겼다.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개인이 물건을 판매하려 할 경우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확인해야 한다. 개인 판매자와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수집한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 분쟁 해결을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에 개인 건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 사기를 당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
이에 스타트업 업계는 반발했다. 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개인판매자 신원정보 제공 의무화는 2000만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는 등 해외 사용자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데, 이런 사업 동향에도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개인의 실명, 전화번호, 주소 정보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분쟁 과정에서 개인 사용자가 취득한 타인의 신원정보는 거래 종료 후 자동으로 파기되지 않아, 악의적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악용할 경우 선량한 이용자의 신변의 안전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간 거래 플랫폼에서 본인인증을 강제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법은 전세계적으로도 없다”면서 “개인간 분쟁 해소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플랫폼과 제3의 분쟁해소 기관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정위는 C2C 개인정보 제공은 이미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개정안은 C2C플랫폼 분쟁해결 협조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공정위 측은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측은 “대부분의 중고거래마켓이 불만처리를 위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일부 플랫폼의 경우 불만처리 기능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C2C플랫폼이 분쟁해결 협조의무를 부과해 소비자 피해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행법상으로도 판매자가 사업자가 아닌 경우 통신판매중개업자(플랫폼)은 신원정보열람 방법 제공 의무가 있으므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의무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스타트업 업계는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입점업체나 소비자의 문턱을 높이지 않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사업자 책임 범위를 넘는 의무를 지게 된다면 그만큼 스타트업과 입점업체, 소비자 모두 사회적 비용을 내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며 “문턱이 낮고 개인정보를 취합하지 않는 해외 플랫폼에 비해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뒤쳐질 수 있다. 공청회 등을 통해 새로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