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중형세단인데”···‘쏘나타·말리부·SM6’ 지고 ‘K5’ 뜨고

고급화·대중화 추세에 SUV 인기 상승 겹치며 중형세단 부진 K5, 타이거 페이스 호평 받으며 나홀로 흥행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첫 주자 쏘나타, K5에 밀리며 체면 구겨···말리부·SM6는 밋밋한 디자인 변화로 소비자 외면

2021-03-09     박성수 기자
쏘나타, 말리부, SM6가 최근 대형화·고급화·SUV 추세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디자인 부분에서도 혹평을 받으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을 견인해 온 중형 세단이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차종별로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한국GM 말리부, 르노삼성 SM6는 판매 부진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반면 기아 K5는 출시 직후 흥행에 성공한 뒤 인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쏘나타 판매는 4168대로 전년대비 16.6% 줄었으며, 한국GM 말리부는 217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지난해 신형을 내놓은 르노삼성 SM6는 182대에 그치며 전년대비 75% 줄었다.

지난달 완성차 판매가 코로나19 기저효과로 회복된 점을 감안하면 3개 차종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내수 판매는 10만1356대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생산 중인 아산공장을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가동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에도 쏘나타 재고 조절을 위해 아산공장 생산을 멈춘 바 있다.

국내 중형세단의 경우 최근 자동차 업계가 대형화·고급화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나날이 올라가면서 점차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쏘나타, 말리부, SM6가 부진한 반면 현대차 그랜저, 제네시스 G80 등 상위 등급 차량 판매는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그랜저 판매는 14만5463대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G80은 5만6150대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152% 성장했다.

또 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RV) 판매는 지난해 처음으로 세단을 넘어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RV 판매비중은 52.3%로 세단(47.7%)을 4.6%p차로 따돌리며 시장을 확대해나갔다.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세단 판매 비중은 58.6%에서 47.7%로 축소된 반면, RV 차량은 41.4%에서 52.3%로 확대됐다. 이중 SUV 판매 비중은 47.6%로 2015년(34.1%) 대비 13.5%p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형세단의 경우 그동안 국산차 시장을 이끌어온 주력 모델이나, 기존 중형세단 차주들이 그랜저·G80 등 상위 등급으로 갈아타고 있으며 SUV 인기에 밀려 점차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3세대 K5. / 사진=시사저널e

◇ K5 vs 쏘나타·말리부·SM6···승패 가른 디자인

쏘나타, 말리부, SM6 부진의 이유가 단순 대형화·고급화·SUV 추세 탓만은 아니다. 3개 차종은 몰락하고 있으나 같은 중형세단인 기아 K5는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해 K5는 8만4550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113% 성장했으며, 지난달에도 5547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27.5% 증가했다.

업계에선 3개 차종과 K5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 디자인을 꼽는다.

K5는 지난 2019년 12월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했다. 출시 전부터 K5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계속됐다. 전면부의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여기에 기존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에서 진화한 ‘타이거 페이스(호랑이 얼굴)’를 선보이며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이후 출시되는 기아 신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반면 쏘나타는 K5와 같은 해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호불호가 갈리며 출시 초기부터 부진을 겪었다. 쏘나타는 현대차의 차세대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처음 적용한 차량이었으나, 일명 ‘메기차’로 불리며 디자인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았다.

그 결과 쏘나타는 지난 2019년 5월 1만3376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렸으며,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32.6% 감소한 6만7440대에 그치며 K5에 밀렸다.

이후 출시된 그랜저, 아반떼의 경우 디자인이 다듬어지면서 호평을 받아 판매가 늘고 있는 추세다.

K5와 쏘나타가 확 바뀐 디자인에서 승패가 갈리며 성적이 대조되는 반면, 말리부와 SM6는 밋밋한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말리부는 지난 2018년 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며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그릴 등이 바뀌었으나 쏘나타나 K5처럼 큰 변화는 없었다.

SM6의 경우 지난해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으나, 디자인은 이전 모델 그대로 유지했다. 르노삼성은 디자인의 변화 대신 새 엔진과 승차감 개선에 집중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지난해 SM6 판매는 8527대로 전년대비 47.6% 줄었다.

여기에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한 잦은 파업으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 노사는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대립이 심화되면서, 양사 노조는 2019년과 지난해 파업을 강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