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목표주가 두 배 부른 분석보고서 ‘주목’
현재 주가 대비 두 배 높은 목표가 보고서 연이어 나와 효성티앤씨,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보고서 발표 이후 주가 급등 “목표가는 하나의 주관적 의견···투자 유의해야”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 대비 두 배로 높인 보고서들이 흔치 않게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높이는 것이 괴리율 확대 측면에서 부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그만큼 해당 종목이 저평가 됐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다만 목표주가 대로 매번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어서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효성티앤씨는 이달 들어 주가가 최대 67.9%까지 급등했다. 5거래일 만에 지난 한 달 간 최대 57.5% 오른 것보다 더 큰 상승폭을 보인 것이다. 거래량도 이달 3일 82만8536주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최대 일간 거래량이었던 28만3235주를 크게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효성티앤씨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배경에는 한 증권사의 분석 보고서 영향이 컸다. 지난 1일 하나금융투자는 효성티앤씨의 목표주가를 이전보다 77%높인 8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주가인 29만9500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같은 날 나온 다른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대개 50만원대 수준이었다.
하나금융투자는 효성티앤씨의 향후 실적 확대 가능성을 높게 봤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사업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신설 공장의 이익 정상화로 구조적 이익 레벨업에 성공했고 ▲스판덱스 신규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데다 억눌린 의류 수요가 올해 자극될 가능성이 높으며 ▲원료인 부탄다이올(BDO)의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는 게 해당 보고서의 분석이었다.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 대비 두 배 이상 제시한 보고서는 또 있었다. 키움증권은 이달 2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산업자재부문, 패션부문 등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65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지난 1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주가가 4만195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넘게 상승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 역시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상승 흐름을 보였다. 보고서가 나온 당일 전 거래일 대비 17.04% 급등했고 3일에는 8.55% 상승했다. 4일에는 장중 5만53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보고서가 나오기 전 종가 대비로 31.8% 급등한 것이다.
이밖에 대신증권은 이날 하이트진로에 대해 목표가를 6만원으로 제시한 보고서를 냈다. 이번 목표가는 직전 목표가와 같은 수준으로 하이트진로가 전날 종가 기준 3만2650원임을 감안하면 두 배에 가까운 목표 설정이다. 대신증권은 하이트진로의 맥주, 소주 매출 성장과 마산 공장 증설 등의 주요 시설 투자에 따른 수익성 강화를 목표주가의 근거로 내세웠다.
이 같이 현재 주가 대비 두 배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보고서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높일 경우 괴리율 확대에 따른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도입된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른바 ‘뻥튀기’를 목적으로 목표주가를 두 배 넘게 높이는 사례는 사실상 보기 어려워진 상태다. 그만큼 해당 종목이 저평가 상태라는 애널리스트의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최근 들어 목표주가를 대폭 높이는 보고서가 많아진 배경에는 최근 증시 흐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급락한 이후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테크 업종이나 바이오 업종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최근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이나 종목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고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사례나 턴어라운드 국면이 새롭게 조명된 것이다.
다만 주가가 목표주가에 매번 도달하는 것은 아니어서 투자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목표주가가 대부분 미래에 발생할 실적에 기반해 책정되는 탓에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시선이 섞일 수 있고, 예상이 틀릴 수도 있다”며 “목표주가를 지나치게 맹신하기보다 다양한 분석 중에 하나의 뷰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