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 역풍 맞은 폴크스바겐 ‘티록’···“할인 적으니 파리만 날리네”
티록 할인 최대 5%, 다른 모델 대비 할인 폭 작아···제타 출시 초기 할인 14% 달해 딜러사 “출시한지 한참 지난 제타나 아테온보다 구매 문의 훨씬 적어···디젤 모델뿐이라 영업 일선에서도 불만” 할인 폭 외 부족한 편의사양 및 디젤엔진 등도 경쟁력 저하 요소로 꼽혀 업계 “폴크스바겐 할인 정책이 발목 잡아···10% 할인 없인 판매 어려울 듯”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폴크스바겐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록’이 기존 모델 대비 할인폭이 줄어들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국내 고객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도 대거 빠져 가격 대 성능비(가성비)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5일 폴크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티록의 공식 할인 혜택은 폴크스바겐 파이낸셜서비스 프로그램 이용 시 최대 5%다. 폴크스바겐코리아치고는 할인 혜택이 적은 편이다.
또 국내 출시한 티록의 경우 일부 편의사양이 빠져있어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1열 통풍시트, 전동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등이 빠졌으며 후방카메라도 최상위 트림에만 적용됐다.
국내에선 디젤모델만 도입해 선택지가 줄어든 점도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소형 SUV의 경우 정숙성 등을 이유로 디젤보다는 가솔린 엔진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데, 국내 출시된 티록은 디젤모델 뿐이다.
아울러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계가 출시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XM3 등이 흥행에 성공한 것도 티록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티록 대비 전장 175㎜, 전고 60㎜, 휠베이스(축간거리) 35㎜ 더 길며, XM3는 전장 335㎜, 휠베이스 115㎜만큼 더 크다. 최고출력은 약 150마력으로 비슷하지만, 가격은 트레일블레이저와 XM3가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또 티록 가격이면 한 체급 위인 투싼을 구매할 수 있는데, 투싼 대비 성능이나 편의사양은 뒤처진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경우 다른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국산차와 비교하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 판매가 쉽지 않다. 폴크스바겐코리아 스스로도 수입차 대중화를 외치며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티록은 출시 초기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코리아 딜러사 관계자는 “티록은 출시한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출시한지 한참 지난 제타나 아테온보다 구매 문의가 훨씬 적다”면서 “실적을 채우기 위해 마진을 최소화하며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폴크스바겐의 디젤차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는데, 자꾸 디젤차만 들여오기 때문에 영업일선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폴크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티록은 아직 출시 초기라 당장 할인 폭을 늘릴 계획은 없다”며 “이달 판매 상황을 보고 다음달에 정책이 바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티록의 부진은 폴크스바겐코리아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국내 판매 회복을 위해 대규모 할인 혜택을 제공해왔다.
지난해 출시한 제타는 론칭 에디션 가격을 최대 14% 할인한 2300만원대에 내놓으며, 현대차 아반떼 가격에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결과 제타의 사전계약 첫날 초도물량 2650대를 모두 판매했다.
또 아테온은 현재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최대 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투아렉은 14%, 티구안 12% 수준이다.
할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파사트GT도 출시 초기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파사트GT 할인폭은 8%이며, 지난달 판매는 116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이 판매 회복을 위해 무리하게 할인폭을 늘려왔던 것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 모양새”라며 “앞으로도 폴크스바겐 차량의 경우 10% 이상 할인을 하지 않으면 판매가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